‘위험천만’ 필리핀, 이유는?…섣부른 일반화 경계 지적도

-현지인과 공동투자해야 하는 독특한 외국인 투자규정도 이유…현지인 독식 욕심 커

-피해자 대부분, 범죄 연루 않아 일반화하긴 어려워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지난 11일 한국인 남녀 3명이 필리핀의 사탕수수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필리핀의 열악한 치안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3년 간 필리핀에서 목숨을 잃은 한국인은 27명에 달한다. 매년 10명 이상이 화를 당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특히 3명이 동시에 범행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모두 머리에 총상을 입고 피살돼 필리핀의 허술한 총기관리가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필리핀은 신고만 하면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데다 신고를 갱신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알려졌다. 여기에 불법적으로 사제총기를 만들어 유통하는 물량까지 합하면 불법총기는 약 100만정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불법총기는 열악한 경제사정과 맞물려 청부살인으로 이어진다. 외교 소식통은 필리핀에서 수백만~수천만 달러만 내면 청부살인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귀뜸했다. 이러한 청부살인은 진범을 잡기가 어려워 심각성이 더하다. 지난해 9월 필리핀 시내에서 박모 씨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필리핀 남성은 3개월 뒤 붙잡혔지만 그 배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청부살인 중 배후가 밝혀진 건 2014년 카비테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단 하나다.

이 소식통은 유독 한국인이 표적이 되는 데는 독특한 필리핀의 외국인 투자규정이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필리핀에서는 외국인이 사업체를 운영하려면 반드시 필리핀 현지인과 공동명의로 설립해야 하며 주식회사의 경우 외국인 지분은 40%를 넘길 수 없다. 때문에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은 현지인의 명의를 빌릴 수밖에 없다. 필리핀 범죄조직이나 현지인 입장에서는 한국인을 살해하면 사업체를 독식할 수 있다. 때로는 한국인 간 마찰이나 갈등이 동포의 목숨을 노리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필리핀에서 여행사나 유학원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은 마치 필리핀 전체가 무법천지로 비춰지는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선량한 교민이 아무 이유 없이 현금을 노린 필리핀 사람들의 공격을 받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현지 범죄조직이나 카지노, 마약 같은 불법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혹은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에 숨어 지내다 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목숨을 잃은 김모 씨(여) 역시 강남 지역에서 100억원대 다단계 사기를 벌인 혐의로 경찰이 내사를 벌이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현지에 유학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마치 길거리에 총기 난사라도 벌어지는 곳으로 묘사되는 것 같다”며 “한국인이 많이 찾는 여행지나 유학을 오는 곳은 치안이 안정돼 있어 돌출행동이나 안하무인식 태도만 조심하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 100만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필리핀을 찾지만 2012년 이후 현재까지 관광객이 희생된 범죄는 없다. 외교부도 필리핀을 전반적으로 ‘여행자제’(3등급)로 분류했지만 보라카이 섬이나 수빅 시 등 주요 관광지는 ‘여행유의’(1등급)를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피살은 수사가 필요한 범죄사건으로,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테러나 공격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여행등급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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