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까지 제기했지만, 스스로 침몰하는 트럼프… 힐러리는 ‘은닉ㆍ관전 모드’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연이은 성추문으로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돌발 악재를 차단하기 위한 조심스러운 행보로 막판 승세 굳히기에 돌입했다.

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이 89%(트럼프 11%)라고 내다봤다. 1차 TV토론이 열렸던 지난달 26일(70%)에 비해 19%나 오른 것이다. 또 선거분석사이트 ‘프린스턴 일렉션 콘소시엄’(PEC), ‘프레딕트 와이즈’(PW), 허핑턴포스트 등도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을 90% 이상이라 분석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의 헛발질로 인한 반사이익의 효과가 크다. 트럼프는 1ㆍ2차 TV 토론에서 힐러리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데 이어, 음담패설 논란, 성추행 의혹 등이 잇따라 터지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성추문 의혹에 대해 “힐러리 캠프와 그를 돕는 미디어 동맹들에 의해 조종되는 공격들”이라며 날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화당 인사들마저 대거 등을 돌리면서 사태를 진화하기 버거운 모양새다.

힐러리는 공화당의 자중지란을 관전하며, 대중들을 상대로 한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힐러리는 13일 이후 이번주 대중에게 노출되는 일정이 없으며, 다음주 3차 TV 토론(19일) 전까지 추가 행사도 발표하지 않았다. 마지막 스퍼트를 올려야할 시점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느슨한 스케줄이다.

일각에서는 힐러리의 이러한 행보가 막판 돌발 악재의 발생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못지 않은 비호감도를 자랑하고 있는 힐러리에게도 이메일 논란, 건강 논란, 고액 강연 의혹 등 문제삼을만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미디어의 포화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최대한 숨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러셀 쉬리에퍼 공화당 정치 전략가는 “힐러리가 뉴스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트럼프가 뱉은 말을 보도하는 것이 훨씬 흥미로울 것이라는 것을 힐러리 캠프는 알고 있다. 그게 그들에게 훨씬 이익이 된다”라고 말했다.

섣불리 유세에 나설 경우 반대 유권자들이 말썽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보수 성향 인터넷 라디오 진행자이자 트럼프 지지자인 알렉스 존스는 힐러리의 유세 중에 끼어들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상금으로 주겠다고 부추기는 상황이니 말이다. 월요일 마이애미 유세에서는 두 명의 반대 유권자가 소란을 일으켜 쫓겨나기도 했다.

굳이 힐러리가 나서지 않더라도 힐러리 편에는 미디어의 전면에 나서서 발언을 해 줄 우군들이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나 조 바이든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그를 위해 매일 뛰고 있다.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거의 혼자서 모든 논란을 감당해야 하는 트럼프와는 다른 상황이다.

대신 힐러리는 대중 유세보다는 유권자들과의 일대일 대면 접촉 등으로 친근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몇 주 사이 힐러리는 스냅쳇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해 이야기 했고, 흑인 가수 메리 제이 블라이즈와는 경찰의 잔인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이야기 하다 목메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11살짜리 어린 아이와 인터뷰하며 고교 시절 머리가 안예쁘게 다듬어져 속상했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캠프 관계자는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토마스 샌더는 “유세는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후보에게 유효한 것인데, 힐러리는 그런 후보는 아니다”라며 “메시지를 조절할 수 있는 호의적인 토크쇼를 찾는 것이 더 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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