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 돼버린 한반도…남북, 쌍방 ‘지옥’ 빗댄 위험한 설전

[헤럴드경제=신대원ㆍ김우영 기자]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이 공히 ‘지옥’이 되고 말았다.

남북은 연일 상대방을 겨냥해 ‘지옥’을 빗댄 아슬아슬한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대통령 자문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자문위원들과 가진 ‘통일대화’에서 북한 간부와 군인, 주민들에게 탈북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지금 북한 정권은 가혹한 공포정치로 북한 주민들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것은 북한 체제가 비정상적인 방법에 의존하지 않고는 생존조차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5차 핵실험 이후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여왔지만 북한 체제에 대해 지옥이라고 표현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북한이다.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은 지난 8월23일 박 대통령이 체제 동요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낙원과 지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북한은 “인민들이 오랜 세월 이상으로 그려오던 낙원이자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사회”라고 주장한 반면, 남한에 대해서는 “국민불행시대, 국민절망시대라는 비난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괴뢰패당의 반인민적 악정으로 남조선 인민들은 그야말로 지옥같은 세상에서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고 비방했다.

또 북한인권법 시행 직후 남조선인권대책협회 명의로 발표한 백서에서는 “오늘 남조선에서는 지옥 같은 세상을 의미하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더욱 유행되는 속에 박근혜 역적패당에 대한 민심의 원한과 저주가 날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면서 “남조선은 사람 못살 인간 생지옥”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북한은 박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사를 통해 탈북을 권유하자 이틀이 지난 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정세논설을 통해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수천만 인민들의 생존이 벼랑 끝에 내몰려 해마다 국적포기자, 자살자, 이민자 수가 세계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지옥 같은 남조선’을 탈출하는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며 또다시 지옥을 운운했다.

이밖에 북한의 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례적으로 영화 ‘부산행’과 ‘터널’의 흥행을 분석한 글에서 “남조선이 더욱 사람 못살 인간 생지옥이 됐다”면서 “그래서 지난 시기 인기 없던 재난물 영화가 관객들의 대인기를 끄는 이례적인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남북이 ‘지옥’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해 상대방을 비판하면서 설전이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북한전문가는 “이미 남북간 설전으로 남한이나 북한, 남조선이나 북조선 모두 ‘헬조선’이 되고 말았다”며 “남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군사력이 밀집된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피 말리는 군사적 대치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 넘은 설전은 자칫 물리적 충돌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신대원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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