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과 엘리엇의 동거…‘큰 그림’ 그린다

[헤럴드경제=최정호ㆍ홍석희 기자] 오는 27일 공식적으로 삼성전자 경영 일선에 나설 이재용 부회장이 큰 시험대에 올랐다. 갤럭시노트7이라는 간판 제품의 생각지도 못한 사고 수습,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이해 당사자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현지시간 지난 12일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Blake Capital)과 포터 캐피털(Potter Capital) 명의의 성명을 통해 “갤럭시노트7 사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세계적 브랜드 위상을 갖고 있다”며 엄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엘리엇이 이번 사태를 해쳐나가야 할 이 부회장에게 바라는 것은 다소 달랐다. 삼성전자의 지분 0.62%를 가지고 있는 엘리엇은 “우리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리더십(이재용 부회장)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영 기법과 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채택하면 삼성전자의 성공적 초동대응을 가능케 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즉 갤럭시라는 간판 브랜드의 재건이나, 삼성전자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신규 투자보다는, 앞서 엘리엇이 제안한 기업분할 및 고배당 정책을 받아드려 떨어지고 있는 주가를 방어하는데 힘써달라는 의미다. 이날 성명이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 7의 단종을 선언한 데 이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7조8000억 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낮춘 직후에 나온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최근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사흘 연속 떨어지며 10% 가까이 내려간 상태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노트7 사태 이후 많은 이해 당사자 그룹에서 많은 조언과 도움말을 주고 있다”며 “엘리엇 역시 주주 입장에서 도움말을 준 것이고, 삼성전자는 이런 의견들을 취합해 사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 그리고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주가방어 뿐 아니라, 회사의 10년 20년 후까지 바라보는 보다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전날 관련 비용 2조원을 일시에 처리하며 3분기 실적 전망을 수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 오는 1분기까지 최고 3조원의 직간접 손실도 있을 수 있다고 공격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단기적인 손실 최소화에만 주력하지 않고, 이번 사태를 삼성전자의 조직 점검 및 개선, 그리고 향후 사업 구조개편 방향 등 큰 그림을 그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다.

회사 한 관계자는 “마케팅과 재무 손실을 최소화 하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환불 기간을 내년 갤럭시S8 모델이 나오는 시점까지 늦추는게 맞겠지만, 소비자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최대한 신속하게 환불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구조개편 같은 대응보다는 우선 정확한 원인을 찾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의 해결책으로 납품 관련 기업들의 재정비, 내부 관계자에 대한 책임 추긍 등을 위한 조기 인사 시행같은 단기적 땜질이 아닌, 기업문화 재정비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취임 초기 큰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고 제품 개발 및 제조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꾸는데 힘썼던 것 처럼, 이재용 부회장 시대도 회사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얼핏 우호적으로 보이는 이날 엘리엇의 성명에 대해 삼성전자가 신중한 해석을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주 뿐 아니라 내부 직원, 협력사, 또 소비자와 정부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경영자의 시각에서 문제를 풀어 나갈 것이라는게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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