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정책 대전환 ②] ‘자유의 공기’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든 탈북민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목숨을 걸고 철조망을 넘고 두만강을 건넌 탈북민들은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힘겹게 장벽을 넘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대표적인 게 경제적 어려움이다. 탈북민이 하나원을 수료하면 세대원 수에 따라 기본금(초기 분할)과 주거지원금이 지급된다. 여기에 만60세 이상 고령이거나 장애ㆍ질병 등에 따라 가산금이 주어진다. 혼자 남한에 들어왔다면 기본금 700만원에 주거지원금 1300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기본금 700만원은 대부분 탈북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을 충당하는데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에 첫발을 떼면서 사실상 손에 쥔 게 아무 것도 없는 탈북민이 많은 이유다. 때문에 탈북민들은 자신의 생활은 물론 북에 남은 가족들의 생계비를 벌기 위해 다양한 돈벌이에 뛰어든다. 그러나 지난해 남북하나재단의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민의 고용율은 54.6%로 남한 전체(60.7%)보다 낮다. 월 평균 임금은 154만6000원에 그쳐 남한 전체(229만7000원)의 67%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전년에 비해 꾸준히 증가한 것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같은 조사에서 남한생활에 불만족하는 이유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가 61.3%로 가장 많고, 남한에서 자신이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61.4%에 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종류도 제한적이다. 지난 8월 40대 탈북민이 건물 외벽 유리벽을 닦다 추락해 숨진 것은 탈북민들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의사 출신인 이 탈북민는 2006년 입국한 뒤 공사판을 전전하다 주차관리, 청소 등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학력과 자격증을 남한에서도 일정 조건을 갖추면 인정 받을 수 있지만 당장 생계비를 벌어야하는 탈북민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과거 서독이 동독 주민에 취했던 사회부조적 조치들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서독은 동독 주민을 긴급수용소에 체류시킨 뒤 이를 떠나면 복지주택 입주 혜택, 생활용품 구매 지원 등을 제공했다. 또 ‘연방실향민법’(BVFG)에 따라 학력이나 자격증을 인정했고 공공사업 우선 수주 등의 다양한 재정적 및 세제상의 혜택과 편의를 제공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 문화적 적응도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시련이다. 통일부는 다음달이면 국내 입국 탈북민이 3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적지 않은 수치지만 100만명을 넘어선 외국인 이주민에 비하면 소수자에 불과하다. 정부가 2000년대 들어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이주민이 증가하면서 ‘다문화 정책’을 체계화한데 비하면 탈북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탈북민을 ‘귀순용사’로 대접하던 시절과 너무도 달라진 사회 분위기 역시 탈북민을 힘겹게 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15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탈북자를 친근하게 느낀다는 응답(45.6%)보다, 친근하지 않다는 부정적 응답(54.4%)이 더 높다. 그런가하면 탈북자를 결혼상대(가족), 사업동반자, 직장동료, 동네 이웃 등으로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지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를 조사한 결과, 동네 이웃으로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해서는 반반으로 나뉘었지만 직장동료, 사업동반자, 결혼상대로 갈수록 부정적인 태도가 높아졌다.

탈북단체 관계자는 “탈북민이란 신분을 숨기고 차라리 조선족 행세를 하는 게 더 낫다고 푸념을 하는 탈북민이 적지 않다”며 “남한에 가면 자유롭고 더 나은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게 해줘야 북한을 등지는 주민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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