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다음은 예산 전쟁]與, 정세균과 ‘3차전’ 준비…최후의 카드 ‘거부권’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정치권은 이번 국정감사에서의 여야 갈등은 ‘빙산의 일각’이었다고 보고 있다. 국감에 이어질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정국을 뒤흔들 암초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배출한 야권이 법인세ㆍ소득세 인상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밀어붙일 경우 여권과의 치열한 세 다툼이 불가피하다. 최후의 경우 청와대가 ‘거부권’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예산안 정국의 가장 큰 변수는 법인세ㆍ소득세 인상을 포함한 세법 개정안 통과 여부다. 새누리당에서는 법인세ㆍ소득세 인상이 기업 활동 위축을 불러온다며 강하게 반대하지만, 야권은 이미 공조 태세를 갖췄다. 국감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비협조로 미르ㆍK스포츠재단 진상 규명에 난항을 겪은 야당은 예산 국회에서는 승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 검찰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며 분위기가 더 악화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법인세ㆍ소득세 인상을 담은 야권의 세법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통과시킬 경우 여당과의 ‘3차전’이 불가피하다. 여당은 정 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발언,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 표결 처리에 반발하며 의장실 점거, 국정감사 보이콧, 대표 단식, 공관 항의 방문 등을 감행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청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ㆍ당원 1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관철을 위한 새누리당 당원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박해묵 기자 [email protected]]

우선은 국회의장을 배출하고 의석 과반수를 차지한 야권이 유리하다. 예산부수법안이 쟁점이다. 국회법상 의장 고유 권한으로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할 수 있고, 의장이 지정하면 예결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표결에 부쳐진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국회법 원칙과 양식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며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시사했다.

이미 정 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 표결 사태로 투쟁을 벌여온 여당은 ‘3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지난 14일 “국회의장이 여야가 논란을 벌이는 법인세에 대해 예산부수법안을 시사한 것을 우려한다”며 “국회의장은 국민들 앞에 사과하고 약속했던 것처럼 예산 처리 과정에서 중립적으로 국회를 운영할 것을 기대한다”고 경고했다. 의장실 점거와 국감 보이콧이 벌어진 두 차례의 충돌이 예산국회를 대비한 ‘전초전’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정 의장이 부수법안 지정을 단행하면 여야 간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야권 공조를 흔드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연일 과반 표결의 키를 쥔 국민의당을 공격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충실한 2중대였다”며 “때로는 더 과격하고 좌파적으로 더민주의 선봉대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민주와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국민의당으로서는 아픈 곳을 찔린 셈이다.

최후의 카드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예산부수법안도 국회 의결 사항인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임기를 1년여 앞두고 공약을 이행하고 레임덕 가속화를 막아야 하는 청와대로서는 정부 기조와 역행하는 세법 개정안을 반드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청와대 발 의혹에 대한 야당의 공격이 한층 강해질 수밖에 없어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