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명물 vs 흉물 ①] 홍대ㆍ이태원 도배한 ‘그래피티’…“선정그림 불쾌해요”

-한때 예술로 인기몰이…불법 늘면서 ‘도심훼손’ 낙인

-선정적 표현ㆍ저급한 낙서…민간 건물까지 ‘페인트칠’

-자치구 “범인 파악 힘들어…근본대책 필요”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 저항의 예술로 여겨지던 ‘그래피티(graffiti)’가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민폐의 상징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래피티는 스프레이 페인트로 대형 벽면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 행위로, 힙합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40년 전통을 자랑한다. 서울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급속히 퍼져 압구정 토끼굴이나 신도림 지하철역 등 관련 명소가 생길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내 공공 화장실, 놀이터 뿐 아니라 주택 벽면에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도배돼 있어 인근 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선정적인 그림이나 저급한 낙서들이 홍대 거리와 이태원 등에 무분별하게 늘면서 시민들의 불쾌감이 커지고 있다.

▶선정적 묘사ㆍ저급한 낙서…“불쾌합니다”=지난 13일 오후,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8번 출구부터 홍익대로 향하는 거리에서 난잡한 그래피티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환풍구와 휴지통 등 공공시설물에도 그래피티는 가득했다. 상가 벽면은 물론 공사장, 경로당, 놀이터에도 페인트칠은 거침이 없었다. 대부분이 자치구나 건물 주인의 허락 없이 불법으로 그려진 것이다.

그래피티 대부분이 지저분한 ‘낙서’에 그치면서 불쾌감을 유발하고 있다. 주민 이모(71ㆍ여) 씨는 “누가 이런 그림을 돈 주고 벽에 그리라고 했겠느냐”며 “다들 자는 시간에 몰래 그리고 달아난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어 “자고 나면 하나 둘씩 늘어가는 낙서가 동네 흉물로 자리잡았다”며 “주민들이 구청이나 경찰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사실상 잡기 힘들다’고 할뿐 지워지는 경우는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근 상인들은 “누구에게는 젊음의 상징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민간 건물에 대한 ‘그래피티 테러’는 엄연한 재산권 침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젊음의 거리’인 이태원 일대도 마찬가지다. 벽면마다 그래피티 천국이었다. 특히 이태원~해방촌 일대를 잇는 지하보도에는 미관 개선을 위해 공공에서 조성한 벽화 위에 불법 그래피티로 덧칠된 상태다. 이곳은 특정 신체부위를 그린 그림과 함께 온갖 형체없는 낙서들로 기괴한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다. 용산구 관계자는 “이태원에 드나드는 외국인들까지 불법 그래피티 행위에 가세하면서 더욱 난잡해졌다”고 전했다.

대학생 이윤연(22ㆍ여) 씨는 “이태원 지하보도를 지날 때마다 눈살이 찌뿌려진다”며 “특정 신체부위를 묘사한 선정적인 장면도 마주한다”고 했다. 이 씨는 “알바를 끝내고 늦은 시각 지나가다 이런 그림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사진=이태원~해방촌을 잇는 이태원 지하보도의 벽면. 벽면 곳곳에는 ‘19금 그림’이 그려져 있다.]

▶게릴라 그래피티…단속 골머리=서울 시내 자치구나 경찰도 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그래피티를 단속해 달라는 민원이 많지만 인적이 드문 새벽에 몰래 그려놓고 가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적발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민간건물 등 불법 그래피티에 대한 피해는 원인 제공자를 잡아서 배상을 청구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용산구 관계자는 “특히 이태원 지하보도는 벽화를 그릴 때마다 큰 비용이 드는데 계속 그래피티로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24시간 내내 단속반이 감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용산구는 11월 경리단길과 이태원~해방촌 지하보도 중심으로 불법 그래피티를 지우는 등 재정비 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진=이태원 일대 그래피티로 훼손된 공공시설.]

홍대 일대 시설물 등을 관리해야 할 마포구는 아예 그래피티 전담 부서도 없어 체계적인 대응은 불가능해 보인다. 해당 부서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통화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담당부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경찰에 문의하라”는 말 뿐이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남의 건물 벽면과 공공시설물 등에 허가없이 그래피티를 그리는 행위에 대해 재물손괴죄, 주거침입죄 등으로 처벌받는다. 재물손괴로 입건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 벌금을, 건조물침입은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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