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명물 vs 흉물 ②] 방범대원 ‘셉티드’ 아세요?…으슥한 골목에 알록달록 디자인

-서울시, 2012년부터 추진…범죄 예방효과 ‘톡톡’

-시내 10개소 조성…사업지역 112 신고율 ‘뚝’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 으슥한 동네 골목길, 형형색색의 디자인이 범죄 예방에 큰 힘을 발휘하고 있어 화제다.

혼자 사는 젊은 여성들이 많은 서울 관악구 행운동 원룸촌은 성범죄 특별단속 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우범지대로 악명이 높았다. 이곳은 지역 특성상 경사가 심한 곳이 많고, 노후화된 주택이 밀집된 곳으로 늦은 밤 혼자 다니기 두려운 곳이었다.

하지만 2013년 골목 곳곳의 디자인이 바뀌면서 범죄율이 떨어지는 등 전혀 다른 곳이 됐다. 분위기를 바꾼 건 범죄예방디자인(셉티드ㆍCPTED)였다.

행운동에 사는 20대 여성 A 씨는 “담벼락과 바닥을 노란색으로 칠하고 반사경과 비상벨 등이 많이 설치된 이후 범죄 걱정을 덜었다”며 “이곳 원룸촌은 낙후된 편인데도 밤에 혼자 돌아다녀도 크게 무섭진 않다”고 했다. 

[사진=관악구 행운동 일대에 조성된 셉티드 디자인. 으슥한 길가에 여성안심 귀갓길이란 페인트를 칠했다.]

서울시가 소위 우범지역에 셉티드를 적용, 흉물스러운 지역 곳곳을 바꾸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우범지역 중심으로 50여곳까지 셉티드를 확대할 방침이다.

셉티드란 도시 환경설계로 범죄를 막는 기법으로, 범죄예방디자인의 줄임말이다. 가령 행운동처럼 도로 위에 노란색 띠로 여성안심 귀갓길 표시를, 사각지대에 노란색 반사경을 다는 등의 디자인을 적용하는 식이다. 서울시는 2012년 마포구 염리동을 시작으로 셉티드를 본격 도입했다.

최근엔 금천구 가산동, 강북구 삼양동, 노원구 상계 3ㆍ4동, 동작구 노량진 1동, 성북구 동선동, 양천구 신월 3동에 각 특성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 이 일대를 ‘범죄예방 마을’로 탈바꿈시켰다.

[사진=강북구 삼양동에 주민참여 오픈갤러리와 소통게시판 등을 설치, 밤에도 화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폐쇄된 공장으로 ‘흉물 밀집지역’이라 불리기도 한 금천구 가산동은 조명에 필름을 붙여 문자를 비추는 고보조명을 설치해 범죄 접근을 사전 차단했다. 폐가가 많아 인근 주민도 피했다는 강북구 삼양동 일대는 텃밭을 마련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했다. 각 구역에 개성있는 소통 공간 ‘지킴마루’를 만들어 주민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서울시가 이 같이 셉티드에 집중하는 까닭은 범죄 예방효과가 증명됐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범죄예방 효과 조사결과에 따르면 염리동, 행운동 등 서울시가 초기 조성한 셉티드 4곳 중 3곳은 2013년보다 2015년 112 신고 건수가 줄었다.

3곳 모두 중요범죄 사건접수는 6.4~22.1%, 기타범죄 사건접수는 7.0~12.9% 감소했다. 특히 흉가로 유명했던 용산구 용산2가동은 ‘소통길’을 조성해 중요범죄ㆍ기타범죄 신고건수를 각각 22.1%, 12.9%로 큰폭으로 떨어뜨렸다.

고홍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시 셉티드 1호인 마포구 염리동은 유엔 해비타트, 미국 블룸버그재단 등 외국에서도 주목했다”며 “범죄예방과 함께 다양한 사회문제에 디자인을 접목, 한 차원 높은 디자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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