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냐, 북한이냐…‘대선 블랙홀’에 빠진 현재 권력과 과거 망령의 ‘전쟁’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현재 권력의 국정농단이냐, 과거 망령의 국기문란이냐. 미래 권력을 두고 현재와 과거의 권력이 전면 충돌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야당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설립 및 운영을 두고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현 정부의 실정을 맹공하고 있다. 이에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거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새로운 의혹을 꺼내들어 반격에 나섰다. ‘안보’와 ‘공안’을 무기로 야권의 제 1 대권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과 야당의 정체성을 동시에 공격하는 양상이다. 내년 대선까지 불과 1년여를 앞두고 정국이 급속히 냉각됐다. 당ㆍ청과 야권이 전면 대치하는 국면이다. 결국 미래 권좌를 차지하기 위한 각 정치세력간의 정쟁에 국가 운영의 대계를 수립할 생산적인 경쟁이 실종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미르ㆍK재단 의혹과 우병우 민정수석의 불ㆍ편법 비리 의혹,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야당의 문제제기 핵심은 청와대의 개입 여부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최순실씨를 지목하고 미르ㆍK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깊이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정책조정 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대기업 모금에 압력을 넣었는지도 야당의 집중적으로 제기한 의혹 중 하나였다. 과거 전두환 정부 때의 ‘일해 재단’의 예를 들며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후 활동을 위해 정치적 목적으로 설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우병우 민정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결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위한 인사 정책의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주장도 했다. 시위 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백남기 농민에 대해서도 서울대병원 백선하 주치의가 ‘병사’ 판정을 내린 것은 공권력의 과잉 진압 의혹을 무마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야당의 입장이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박 대통령의 주치의출신이라는 점도 의혹을 배가시켰다.

이에 대해 침묵과 방어로 일관하던 여당은 최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전면 공세로 전환했다. 송 전 장관은 최근 발간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지난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뜻을 사전에 타진하고 기권했다는 요지의 내용을 담았다. 송 전 장관은 “(유엔의) 표결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뇌부 회의에서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물어 보자는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의 견해를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용했으며, 결국 우리 정부는 북한의 뜻을 존중해 기권했다”고 적었다. 지난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의사를 타진했고, 이에 따라 ‘기권’을 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표가 당시 비서실장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여당은 문 전 대표에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다. “북한의 결재를 받았다는 것이냐” “북한을 상국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냐” “북한과 내통한 것이다”라는 강도 높은 비난이다. 문 전 대표 뿐 아니라 사드 배치에 대해 비판을 해온 야당으로선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논란이다. 여당으로선 우 수석과 미르ㆍK재단 등 청와대의 의혹에 집중됐던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이슈가 됐다. 여당은 과거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해 진상을 규명해야한다며 향후에도 주요 현안으로 끌고 갈 것임을 명확히 했다. 미르ㆍK재단 의혹으로 빼앗겼던 정국 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얘기다. 반 총장을 제외하면 유력 대권 주자가 없는 여권으로선 ‘문제인 대세론’을 꺾겠다는 의도도 적지 않다.

연일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송 전 장관의 회고록 파문은 문 전 대표나 야당으로선 곤혹스러운 이슈일 수 밖에 없다.

미르ㆍK재단 등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여당은 “근거없는 정치공세” “국정 흔들기”라고 비판했고, 야당은 문 전대표에 대한 여당의 포화에 대해 “색깔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제 국정감사가 대부분 마무리되고 국회는 입법과 예산안 심의를 위한 정기 국회에 들어간다. 그러나 여야 대치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정책경쟁보다는 정쟁이 정국을 뒤엎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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