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원화 실질가치 4% ↑…7~8월 27개국 중 상승률 1위

[헤럴드경제] 한국 원화의 실질가치가 올 7~8월 두달동안 주요 27개국 통화에 견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이 다시 감소세로 반전한 와중에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1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한국 원화의 주요 27개국 대비 실질실효환율지수(2010년 100 기준)는 118.53으로 지난 6월말 113.87에 비해 4.1% 상승했다. 실질실효환율지수가 상승하면 해당국 통화의 교역상대국 통화 대비 실질가치는 절상됐다는 의미다.

실질실효환율은 물가변동까지 반영된 교역상대국에 대한 각국 돈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각국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파악해 수출여건을 가늠하는 지렛대다.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보다 화폐 가치가 고평가됐고,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8월말 원화의 실질가치는 작년 말 119.24 이후 최고치다.하반기 들어 8월말까지 한국 원화의 실질가치 상승률은 주요 27개국 중 가장 높았다. 실질가치 상승률 2위는 3.6% 오른 일본 엔화가, 3위는 3.0% 상승한 호주 달러가각각 차지했다.

반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에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7.3% 급락해 실질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범위를 27개국에서 61개국으로 넓혀봐도 한국 원화의 실질가치 상승률은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 8월말 기준 한국 원화의 주요 61개국 대비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112.06으로 6월말 107.37 대비 4.4% 뛰어 상승률이 5위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21.7%), 남아프리카공화국(10.6%), 브라질(8.0%), 아이슬란드(5.3%)다음이다. 일본 엔화는 3.6% 절상돼 한국에 이어 통화 실질가치 상승률 6위를 차지한 반면, 중국 위안화의 실질가치는 1.8% 절하됐다.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의 통화 강세가 두드러진 것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수익성이 높은 곳을 찾아 움직인 데 따른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엔화는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몰린 데 따른 영향을 받았다.

원화 실질가치 상승으로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의 9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9% 줄었다. 여기엔 자동차 파업(2.6%포인트)과 휴대전화 수출 감소(0.9%포인트)에 따른 영향이 컸지만 환율 변수도 작용했을 수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14일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7∼8월 원화 절상을 제한하기 위해 93억 달러 매수개입을 한 것으로 추산했다. 매수개입(원화 절하 목적 개입)은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급등·달러가치 급락)할 때 달러를 사들여 미세조정하는 것으로, 미국이 통상 거부감을 느끼는 방향이다. 미국은 그동안 환율보고서에서 노골적으로 한국과 중국, 대만 등에 자국 통화 절상을 요구해왔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환율보고서에서도 “원화 절상은 중기적으로 한국의 과도한 무역흑자를 줄이고, 수출에 대한 경제의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에 외환시장 개입을 시장 상황이 무질서할 때로 한정하되 외환 정책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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