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과 통계] 위대한 탈출과 10월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

[헤럴드경제] 중ㆍ고교 다닐 때 읽은 우리 근대문학 작품들을 보면 유독 가난과 빈곤을 다룬 소설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김동인의 <감자>,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빈처> 등이 그런 소설들이다.

일제로부터 국권을 상실하고 경제적으로는 극도로 궁핍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소설이 기아와 고통을 다룬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해방이 되고 전쟁을 겪고도 한참 동안 우리의 빈곤한 생활은 지속되었다. 1970년대까지 이어졌던 보릿고개를 기억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빠른 시간에 빈곤을 탈출해 세계적인 경제강국으로 우뚝 섰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의 저자인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방한해 “1인당 소득 증가, 기대수명 연장, 여성 인구의 신장 증가 등을 볼 때 한국의 성장은 놀라운 수준으로 빈곤으로부터 ‘위대한 탈출을 달성한 대표사례(the Champion of the Great Escape)’”라고 평가를 한 바도 있다.


2000년 9월, 2015년까지 절대적 빈곤을 퇴치하겠다는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담긴 유엔 밀레니엄 선언문이 채택되었다. 15년동안 많은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세계는 빈곤과 전쟁 중이다.

최근 세계은행(WB)은 하루 1.9 달러(약 2100 원)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2012년 8억8100만 명에서 2013년 7억6700만 명으로 1억 명 이상 감소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좋은 신호이긴 하지만 아직도 하루 2000 원 미만으로 생활해야 하는 극빈층이 7억명 이상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매년 10월17일은 세계빈곤퇴치의 날이다. 빈곤 및 기아 퇴치와 인권 신장을 위해 지난 1992년 국제연합(UN)이 공인한 날이다. 지난 1987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Trocadero)의 인권과 자유의 광장에서 조셉 레신스키(Joseph Wresinski) 신부 주도하에 10만 명이 모여 절대빈곤 퇴치운동 기념비 개막행사를 연 것이 시작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라는 말은 이제 ‘가난은 국가와 전 세계가 나서서 구제해야 한다’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디턴 교수의 말처럼 ‘빈곤으로부터의 위대한 탈출에 성공한 국가’지만 아직 우리사회의 모든 빈곤이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

높은 노인 빈곤율 해결 등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세계빈곤퇴치의 날에 우리 사회에서 빈곤의 흔적을 마지막까지 퇴치하고, 또 우리의 위대한 빈곤탈출 경험을 전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규남 통계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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