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웰스파고, 성과주의와 책임전가

Wells Fargo-Fine

웰스파고 우령계좌 사태의 씨앗은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됐다. 가장 직접적 원인인 ‘실적주의’가 본격화된 시점이다.

미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웰스파고는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직원들에게 하루 3~4개의 금융상품 계약을 달성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은행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하루 3~4개 상품 계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적 압박에 못이긴 직원들은 결국 은행 고객 정보를 도용, 가짜 계좌와 신용카드를 만드는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경영진은 부당 사례를 고발하는 내부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지난 2005년의 기록을 보자. 한 말단 직원이 “은행 내부에 불법계좌가 만연하고 있다”고 고발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6년이 지난 2011년에도 2명의 직원이 CEO에게 직접 편지까지 보냈지만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심지어 관련 직원을 해고함으로써 입막음을 하기도 했다. LA타임스 등의 보도를 보면 2011년 이후 올해까지 무려 5300명의 직원이 ‘비리’를 이유로 해고됐는데 이 중 상당수는 비리 직원이 아닌 ‘내부 고발자’로 알려진다. 웰스파고와 직원간에 발생한 소송 중 상당수가 바로 이 유령 계좌 때문인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웰스파고 사태는 LA타임스의 2003년 보도 이후 조사에 나선 LA시가 지난해 직접 은행을 제소하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결국 연방감독당국의 실사 끝에 그 실체가 낱낱이 공개됐다.

유령계좌에 대한 경영진의 대응은 그야말로 뻔뻔하기 그지없다. 책임을 지기 보다는 남탓으로 돌리는 파렴치함을 나타냈다.

웰스파고는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이달 9일 미 전역의 주요 신문에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주요 경영진의 이름이 단 한사람도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던 스텀프 CEO는 중요한 질문에 답을 피하고 인터뷰에서는 자기는 잘못이 없다며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했다. 이는 사실상 종신 CEO로 평가받던 스텀프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실언’이 됐다. 이 인터뷰는 지분 10%를 보유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포함한 큰 손의 심기를 거슬렸다. 이사회는 즉각 스텀프 CEO의 권한을 축소했고 4000만달러가 넘는 보너스도 회수했다.

하지만 스텀프 CEO는 자리에서 물러나며 챙길 것은 다 챙겼다. 퇴직금은 못받았지만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주식과 수백만달러 이상의 은퇴 연금 그리고 다양한 베네핏까지 평생을 먹고 놀아도 남을 돈이 스텀프 CEO에게 돌아갔다. 스텀프 CEO와 더불어 사태의 핵심 중 하나인 캐리 톨스테트 전 소매금융 부문장은 한 수 더 뜬다. 무려 1억 2000만달러에 달하는 보상금을 약속받고 자리를 떠났다. 이번 웰스파고 사태는 ‘대마’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씁씁한 현실만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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