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엄벌한다’ 큰소리치더니…‘甲질 논란’ 대림산업에 시정 조치만

-근로기준법 위반 등 24개 항목 적발했지만, 처벌은 대부분 ‘시정명령’

-정부 “직원들 처벌 의사 없었고, 법 개정 인지 못해 시정조치만 내려”

-전문가들 “법률 허점 이용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낸 것 아니냐” 지적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운전기사 폭행 등 직원들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로 물의를 빚었던 대림산업에 대해 정부가 “엄정하게 처벌하겠다”며 조사에 나섰지만, 임금 체불과 불공정 근로계약 등 위반 사항에 대해 단순히 ‘시정 조치’만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허술한 근로기준법을 이용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지난 8월 작성한 ‘대림산업 수시 근로감독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대림산업에 대해 근로기준법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6개 분야 24개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특히 근로감독 과정에서 대립산업은 아르바이트생과 기간제 근로자에게 주휴수당 1300여만원, 성과급 1억5000여만원 등 총 45억6000여만원 상당의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또 대림산업은 기간제 근로자 101명을 고용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아예 작성하지 않거나 허술하게 작성하면서 성과급 등을 지급하지 않았던 사실도 밝혀졌다. 120여명의 파견근로자에 대해서는 성과급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 등 차별 대우를 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시간 외 근로가 금지된 임산부 여직원에게도 야근 등 시간 외 근로를 시키고 산전후 휴가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위반사항에 대한 후속조치는 대부분 시정명령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기간제근로자 보호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6개 항목에 대해서는 1억1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나머지 20개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려 조치가 완료됐다고 명시했다.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임금 체불의 경우, 1년 8개월가량 지속했지만, 법 개정 사항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해 시정명령을 내렸다”며 “직원들의 처벌불원 의사가 제출돼 일부 항목에 대해서만 과태료 조치를 내렸다”고 했다.

고용부는 지난 3월 이혜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운전기사 폭행사건 당시 대림산업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한다며 “철저하게 감독해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기권 장관 역시 “기업의 모욕적 인사관리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가 드러나면 사법처리 하겠다”고 했다.

위반 사항이 대부분 시정명령에 그치자 일부에서는 허술한 법체계를 이용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관수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상 피해자인 직원들이 처벌 불원서를 내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며 “직원들이 회사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조치가 아쉽다”고 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 역시 “보고서에도 ‘사회적 물의가 발생해 기획 근로감독을 실시한다’고 명시했으면서 과태료가 의무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외에는 대부분 시정명령에 그쳤다”며 “갑질 철폐라는 당초 목표를 보더라도 정부의 처벌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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