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학교시설 개방, 접점 찾을 수 있을까?

-서울시교육청, 내일(18일) ‘학교 시설 개방ㆍ이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 설명회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1. “조기축구회가 학교 창고에 업소용 LPG 가스통과 취사도구, 막걸리 등 주류를 보관하다 발견됐습니다. 화기 사용 및 음주사실도 확인돼 안전사고 위험이 높게 감지됩니다.”(서울 A초등학교)

#2. “정체미상의 남자가 학교 정문을 통해 교사 뒤를 배회하다가 자신의 바바리를 열어서 2층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있는 학부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서울 B초등학교)

#3. “고등학생들이 운동장 중앙에서 술을 마신 뒤 인조잔디에 쓰레기를 모아 불을 질렀습니다. 화재가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불이 붙은 쓰레기를 끌고 다녀서 인조잔디가 훼손됐습니다. 훼손된 인조잔디는 학교 경비로 보수했습니다.” (서울 C중학교)

[사진=헤럴드경제DB]

학교시설 개방을 놓고 서울시의회가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이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해 첨예한 대립이 예고된다.

시교육청은 지난주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18일 오후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학교 시설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 설명회를 개최해 이해 당사자인 학부모, 교육관계자, 생활체육 관계자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알렸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9일 학교 시설을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는 것을 학교장의 책무로 규정한 ‘학교 시설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29일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에서는 서울시교육감과 학교장이 학교교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학교시설을 개방하도록 의무화했다. 학교장은 학교시설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경우 불허사유를 사용신청자에게 서면으로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 이전에도 서울시 공립학교의 70∼80% 가량은 일정 절차를 거치면 일반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었지만, 학교 측의 개방 의무를 강조하고 절차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교육계는 즉각 반발했다. 시교육청은 조례 개정안이 발표된 직후 재의 요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의회 만장일치로 통과한 만큼 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시교육청은 새로운 수정안을 지난달 30일 입법 예고했다.

수정 개정안은 학교 체육시설을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되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을 명시했다. 조기축구회 등 단체가 학교시설을 대관할 경우 하루 최대 사용시간이 3시간을 넘지 않도록 했다. 또 학교에서 취사ㆍ음주ㆍ흡연행위를 하는 경우, 영리 목적으로 임대하는 경우 등은 학교시설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교직원의 사무용 시설이나 보안유지 시설 등 개방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서울특별시교원단체총연합회는 시교육청이 학생안전을 위해 조례를 폐기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수정안을 제안한 것은 문제점의 본질을 철저하게 외면한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서울교총이 지난달 20일부터 단 일주일간 접수한 학교 개방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총 118건으로, 학교 시설물 파손 및 무단 사용(31.4%)이 가장 많았고, 수업 방해 및 학생 안전 위협(20.4%), 교내 흡연 및 쓰레기 방치(16.9%)도 다수 있었다.

특히 시교육청은 조례개정안 제4조(사용료 징수대상)를 수정안에도 그대로 두고 있어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반교실, 특별교실, 시청각실, 체육관, 수영장, 운동장, 그 밖의 학교 내 부대시설 등에는 사용료를 징수하도록 돼 있는데 ’그 밖의 부대시설‘에 붙은 단서조항 ‘화장실은 제외한다’가 수정안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교총 관계자는 “화장실을 사용료 징수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은 화장실을 개방해 마음대로 쓰게 하겠다는 뜻이다. 학교마다 화장실은 교실 바로 옆에 있는데 외부인이 제재 없이 드나들 경우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반드시 삭제돼야할 조항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시교육청은 설명회 등을 통해 교사와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11월 시의회 정례회에 최종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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