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황의 짙은 그늘, 초단기 근로자 대책 마련 시급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이 17시간도 안되는 초단기 근로자들이 급증해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17일 통계청의 ‘취업시간별 취업자조사’에 나타난 초단기 근로자는 올해 3분기 기준 134만3000명에 달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무려 1년반동안 계속 늘어나고 있다. 증가 속도도 빨라서 지난 2분기에 취업자 증가(1.1%)에 비해 초단기 근로자 수는 더 큰 폭의 증가(4.4%)를 보였는데 3분기엔 그 격차가 1.2%와 7.2%로 더 벌어졌다.

하루 2~3시간 일하거나 일주일에 서너차례 근무하는 초단기 근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구직활동에 적극적인 노년층과 주부들의 취업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아이들 등하교를 돌봐주거나 카페의 피크타임에만 근무하는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장려한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그건 전체 취업자와 비교해 적절하게 증가할때 얘기다. 최근의 급증세는 비자발적으로 초단기 근로시장으로 떠밀려 생긴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기업들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용직 대신 아르바이트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초단기 근로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다며 멀쩡한 정규직 일자리를 쪼개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사례는 새로울 것도 없다. IMF 외환 위기 당시엔 한 분기에 20만명 이상,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분기당 14만여명이 초단기 근로자가 쏟아졌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불황의 그늘이 짙어진다는 얘기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 의무가 없다. 일자리를 잃어도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취업자로 분류돼 실업률 계산에서 빠진다. 공식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간 괴리감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초단기 취업자들이 고용시장을 왜곡하고 취업률만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초단기 근로자에게도 노동법이나 사회보험의 혜택이 주어질 수 있는 본질적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고용불안과 노동착취에 시달리는 초단기 일자리로 변질되고 노동피해자들만 양산하게 된다. 불안정한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추가 취업을 원하는 인력은 구직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걸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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