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구조조정·고용 표류…97년 외환위기때 보다 심각

수출, 8월제외 2년째 내리막길
내수는 소득정체 회복 불투명
구조조정 부진 기업투자 발목
9월 실업률은 2005년이후 최고

“현행법상 공공기관 평가는 물론 불이익을 줄 권한을 부총리가 갖고 있는데, 자신의 권한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이러니 경제가 어려운데 ‘부총리가 안보인다’, ‘대책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이혜훈 의원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한 발언이다. 이날 야당 의원들이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법인세ㆍ가계부채 등 현안을 소재로 유 부총리를 몰아부치고 여당 의원들은 이에 대한 옹호성 질의로 공방을 벌인던 상태에서 이 의원의 이 발언은 국정감사장에 고도의 긴장감을 불러왔다. 야당이 아닌 여당 의원이 경제 리더십의 부재와 유 부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현 경제팀의 무기력과 무능력을 매섭게 추궁하고 질책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발언은 사실 경제계 인사들은 물론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를 대변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리경제가 대내외적 위험에 직면해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상황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는 정책 책임자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고조돼 경제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수출은 지난 8월 일시 반등한 것을 제외하고 지난해 1월 이후 이달 현재까지 2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최근엔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조기단종과 현대자동차의 파업 등으로 암운이 짙게 깔려 있는 상태다. 내수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비롯한 정부의 소비진작책으로 일시ㆍ부분적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소득정체 및 가계부채 누적이란 구조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기업들은 판로가 마땅찮다 보니 신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기존 공장의 가동을 줄이는 축소경영에 나서고 있다. 이는 고용에 직격탄이 돼 청년실업률을 매월 사상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제조업에선 실직자들이 쏟아지고 부산과 경남ㆍ울산 등 제조업 밀집지역의 고용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악순환이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무기력ㆍ무능력ㆍ무책임의 ‘3무(無) 증상’에 걸려 있다. 대통령의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레임덕’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직사회는 앞으로 1년만 넘기면 된다면서 눈치보기로 일관할 뿐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지난달 시행된 부패방지법(김영란법)은 고위직은 물론 실무 책임자급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현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기업인 또는 경제ㆍ노동ㆍ사회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터져도 청와대 지시가 떨어져야 부랴부랴 알맹이 없는 대책을 내놓기 일쑤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 판에 리더십의 부재는 그나마 남아 있던 희망의 싹을 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각 부처의 장ㆍ차관은 물론 실무 책임자들의 위기의식과 책임감 회복이 시급하며, 특히 경제정책의 수장인 유 부총리의 리더십 회복이 절실한 상태다. 

이해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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