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X파일] 국감 성희롱 발언 한선교 의원 제재 수위는

[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 국정감사 장에서 성희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어떤 제재를 받을까요?

앞서 한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 웃지 마세요”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내가 그렇게 좋아?’라는 말이 성희롱 발언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사자 한 의원은 “선배로서 좋아하느냐 물어본 것이다. 다르게 느끼셨다면 유감스럽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해명했습니다. 피해자인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오늘 한 의원이 한 말은 명백한 성희롱 발언으로 대단히 불쾌하다”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끼리끼리 봐주기 관행이 팽배한 우리 국회에서 윤리특위가 열린다고 해도 실제 징계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만약 유 의원이 한 의원을 고소한다면 어떨까요? 우리 형사법에는 성추행에 대해선 처벌 규정을 둔 반면 성희롱의 경우 이렇다할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처벌하고, 대부분 민사적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유 의원이 한 의원을 고소할 경우 쟁점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헌법 제 5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행한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이른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입니다. 그렇다면 한 의원의 발언을 ‘직무상 발언’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점이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그의 발언이 단순히 상대방을 모욕하려는 의도였다면 그에게 면책특권을 적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면책특권이 국감내 어떤 언동도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쟁점은 한 의원의 발언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만큼 충분히 경멸적인 표현인가 하는 것입니다. 

유 의원은 한 의원의 발언에 대해 ‘대단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한 여성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형사 처벌 대상이 되려면 어떤 발언이 공공장소에서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만한 수위여야 한다. 한 의원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형사 처벌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아직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낮습니다. 과거 사례를 한번 볼까요? 변호사 겸 방송인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은 대학생들과의 회식 장소에서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고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했다가 모욕 및 무고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당시 검찰과 1ㆍ2심 재판부는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 아나운서들 개개인에게 수치심과 분노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히 경멸적인 표현이라며 징역 2년형을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2014년 재판에서 강 전 의원은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모욕 등)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강 전 의원의 발언은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피해자 개개인에 대해선 비난의 정도가 희석돼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 이르지 않는다”며 모욕 혐의에 대해 무죄를 판시했습니다. 강 전 의원의 발언이 한 의원의 발언에 비해 결코 그 수위가 낮다고 할 수 없는데도 결국 무죄 판결을 받은 셈입니다.

만약 한 의원의 발언이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면 어떨까요?

정현우 변호사는 “국회는 국회의원의 직장이라고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사업주와 근로자가 존재하는 일반적인 직장 개념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또 국회의원이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국회의원에게 ‘직장내 성희롱’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설령 한 의원의 발언이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해도 한 의원을 형사 처벌할 순 없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선 사업주가 직장내 성희롱을 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결국 한 의원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한 셈입니다. 하지만 국감 등 국회에서 자행되는 각종 막말과 진흙탕 싸움에 대한 좀더 강도높은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20대 국회도 마찬가지입니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남은 건 윤리위에 쌓인 제소장 뿐이라는 자조섞인 얘기가 들립니다. 막말 국회에 대한 사회적 경종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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