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푸미폰왕 서거 속 ‘언론 통제’ 논란 확산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13일 서거한 이후 당국이 애도기간에 들어간 가운데, 태국 내 외신보도가 차단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의 진보매체인 카오솟(Khaosod)는 태국 당국이 왕실과 관련한 부정적인 언론보도를 차단하거나 외신의 보도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태국 외무부는 1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대형 외신들이 지난 14일 푸미폰 국왕의 시신이 이송될 당시 운집한 추모객 수를 축소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사진=태국 외무부 홈페이지 캡쳐]

외무부는 “푸미폰 국왕이 입웠했던 시리라즈 병원에서부터 왕궁까지 길가에 늘어선 시민만 수십만(hundredsof thousands)이고,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추모객까지 합하면 수백만 명(millions)에 이른다”라며 외신이 추모객수를 ‘수천 명’(thousands)라고 보도한 것에 반발했다. 미국에서 ‘thousands’는 ‘무수히 많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나아가 외무부는 “대형 외신들이 잘못되거나 조작된 정보를 보도하고 있다”라며 “이과 같은 행위는 조작적이고 도발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태국 외무부는 이어 “(애도 기간에) 이같은 행위는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비전문적일 뿐만 아니라 참담한 태국 국민들의 감성을 배려하지 못한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사진=khaosodenglish.com]

태국 외무부 측이 밝히는 이른바 ‘잘못되거나 조작된 정보’는 푸미폰 국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를 마하 와치라롱꼰 왕세자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루마니아의 퍼플리카, 미국의 뉴욕 포스트, 필리핀의 필리스타 등 각종 외신은 와치라롱꼰 왕세자 계승에 대해 “다수의 태국 국민들은 와치라롱꼰 왕세자가 아닌 동생 시린톤 공주가 왕위를 잇기를 바라고 있다”라며 “문란한 성생활과 무책임한 행보 때문에 그가 왕위에 오른다면 행실을 180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태국 당국은 국왕 서거 후 이틀간 외신을 포함한 모든 방송 채널의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고 자체 프로그램 송출을 중단한 채 국영방송이 제작한 국왕 관련 기록영화 등으로 채웠다. BBC를 비롯한 일부 외신 보도의 경우 송출을 차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조너선 헤드 BBC 방콕 특파원은 “태국 관련 생방송 보도를 할 때 여러 차례 송출이 차단된 적이 있다. (당국으로부터) 공식적인 불만이 접수되지도 않았고, 외무부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방송이 왜 차단됐는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특정 외신 보도 송출 차단은 현지 위성사업자의 자발적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 

BBC와 알자지라 새벽 방송을 검열하는 대가로 1400바트의 일급을 제공하겠다는 라인 메세지 [사진=khaosodenglish.com]

한편, 카오솟은 태국 명문대학교인 줄라롱꼰 대학교를 중심으로 BBC와 알자지라 심야방송을 검열하는 아르바이트 정보가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카오솟이 공개한 네이버 메신저 ‘라인’ 화면에는 BBC 방송과 알자지라 방송을 오전 12시부터 6시까지 검열하는 대가로 시간 당 7 달러, 하루 1400바트(약 4만 5000원)을 제공하겠다는 정보가 적혀져 있다.

뉴욕 소재 언론인보호협회(CPJ)는 “푸미폰 국왕의 서거에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라면서도 방송 콘텐츠를 국왕 관련 기록 영화로 채운 태국의 조치에 “규제가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유제품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남성이 페이스북에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라는 글을 올리자 왕실모독죄에 해당한다며가게앞으로 와 항의하고 있는 태국 시민들. 해당 남성은 당시 현장에 없었고, 가게 문은 잠겨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지난 15일에는 푸켓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국왕을 모독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AP통신은 해당 남성이 운영하는 유제품 가게 앞으로 수백명의 태국 시민들이 달려가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태국 시민들은 당시 “이 나라에서 왕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를 사랑하겠다는 말인가”라며 해당 남성을 ‘왕실모독죄’로 규탄한 것으로 나타났다. 푸켓 경찰도 신고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푸켓 경찰은 시민들이 “국왕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고, 이를 존중하지 않은 사람에 기쁘지 않았던 것”이라며 “하지만 폭력은 없었다. (국왕이 서거한 현 시점에서) 폭력은 부적절한 행위라는 것을 시민들은 알고 있었다”라고 AP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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