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열 부동산 대책 머뭇거리면 더 큰 화 자초할 수도

정부가 과열 부동산 시장 진정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과열 지적이 나와도 그동안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은 “필요하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런데 그 시기가 조금은 무르익었다고 보는 모양이다. 정부 당국자 발언에서도 그런 움직임은 어느 정도 감지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강남 지역을 투기 과열지구로 설정할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결론이 난 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런 것을 포함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외과수술방식’의 맞춤형 대책을 고민중”이라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전매 제한, 청약 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방안도 일부 흘러나오고 있다. 돈을 빌려서라도 집을 사라는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서서히 바뀌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책기조 변화는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본다.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경제를 살리는 촉매제로 삼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활성화되는 건 좋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되며 시장 양극화는 더 심해졌고, 가계부채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한다.

실제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이미 3.3㎡ 당 4000만원을 넘어섰다. 그게 끝이 아니다. 그 열기가 강남지역을 넘어 강북 등 서울 시내는 물론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9월 마지막주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률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대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몰린 탓이다. 웬만한 서울 수도권 지역은 아파트 청약 공고가 나가면 수십,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지방의 중소도시는 청약이 단 한 건도 없는 경우 잇달아 나오는 등 대규모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카드만 만지작거릴 뿐 이를 과감히 뽑는데는 여전히 인색한 모습이다. 물론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고강도 처방을 냈다가 자칫 시장이 도로 꽁꽁 얼어붙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정부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럴수록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 보금자리론 축소 등 공연히 변죽만 울리면 애꿎은 실수요자와 서민만 힘들 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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