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인세, 세율 인상보다 숨은 세원 찾는 게 먼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는 야권의 행보가 지나칠 정도다. 급기야 정세균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세법 개정안을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처리하겠다는 언급까지 했다. 그렇게 되면 야권의 세법 개정안은 12월 새해 예산안 처리기한에 맞춰 본회의에 부의될 수 있다. 하지만 세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한 해 예산을 위해 한번 바꾸면 오랜 기간 지속돼야 할 세법을 끼워넣기로 처리하겠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넌센스다. 야권의 법인세 인상 목적을 오해받기 십상이다.

게다가 법인세 인상 효과도 미지수다. 17일 한국은행과 금융협회 공동으로 열린 정책심포지엄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김성현 교수(성균관대)는 법인세가 2%포인트 오르면 기업 투자는 단기적으로 2.0%, 장기적으로 3.5% 각각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세수는 단기적으로 1.3% 늘어났다가 시간이 지나면 증가 효과가 0.5%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미연방준비위원회(Fed)도 법인세율을 1%포인트 올릴 경우 고용이 0.3~0.5% 줄어들고, 근로자 소득은 0.3~0.6%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결국 세금으로 기업들 손목 비틀어 봐야 투자만 위축될 뿐 걷어들이는 돈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법인세를 내렸을 때 오히려 세수 증대효과는 실증적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앞다퉈 법인세를 낮추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도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를 3% 인하 한 후 2013년까지 4년간 세수는 연평균 9.4% 증가했다.이후 2년 연속 줄다가 2015년 45조원으로 다시 5.6% 늘었다. 올해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 50조원을 돌파하리란 예상이다. 야당이 “2012~2015년 소득세 세수는 32.5% 늘었는데 법인세는 2% 감소했다”고 하는 주장은 법인세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2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통계의 교묘한 왜곡으로 보일 수 있다.

올해도 지난 8월까지 누적 세수는 17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20조8000억원(13.7%) 증가했다. 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 등 다른 조치없이 현행 세제의 재정비 만으로 얻은 결과다. ‘숨겨진 세원과 과세구간’은 여전하고 세수 증대의 여지도 남아있다. 과세 행정의 취약 분야인 역외탈세도 서둘러 막아야 한다. 재정의 곳간을 든든히 메우는 데는 세율 인상보다 이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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