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고개넘는 구름보고 울게하는 산(山)

좌청룡 우백호라는데, 가을 지킴이는 좌산우책(左山右冊)이다.

만산홍엽 가을이다.

단풍 우거진 산길을 걷다 아버지 등 같은 나무에 기대, 배낭에 꽂아 뒀던 책 몇 줄이라도 읽는다면 가을 미학의 완성이겠다.

산을 두고 좋은 말들이 많다. ‘등산은 인내의 예술’, ‘정복할 것은 산이 아니라 자신이다’, ‘핵심은 고도(高度)가 아니라 태도(態度)다’ 등등. 그런데 주옥 같은 이 말씀들은 왠지 숙제를 받아든 것 같은 느낌이라 편치 않은 구석이 있다.

심지어, 어떤 현자가 ‘등산은 길이 끝나는 데서 시작한다’ 했는데, 다른 선지자는 ‘계곡에서 안보여도 모든 산엔 길이 있다’고 상반된 충고를 내놓으면, 따지고 생각하기 귀찮은 몇몇 필부필부들은 헷갈리기 까지 하다.

‘산을 왜 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당황스럽다. 마치 ‘어머니가 왜 그리운가’라는 질문을 받는 느낌이다. 생각 없이 ‘좋으니까’라고 대답했다면, 우문현답(愚問賢答)이다.

직장인 건강검진 시즌을 맞아 ‘식이조절, 운동하세요. 음주, 과로 피하세요’라는 병원 충고을 따르려고 산에 간다고 답했다면 그리 ‘고퀄’은 아닌 것 같다.

허윤석이 시를 쓰고, 조두남이 곡을 붙인 가곡 ‘산’을 오랜만에 들어본다.

‘소리없는 가랑비에 눈물 씻는 사슴인가. 영(嶺)을 넘는 구름 보고 목이 쉬어 우노라네. 아~ 산에 산에 사노라. 동백나무 가지마다 송이송이 꽃이 피면, 나물 캐는 산골 처녀 물소리에 귀를 씻네’

굳이 산을 가야할 이유를 든다면, 산은 그깟 고개 중턱에 매달린 구름을 보고도 울게 하고, 계곡 물 재잘거림을 들으며 귀를 씻게 하는 신통방통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유를 붙여보니 부질 없다. 그냥 산에 가면 되겠다. 때마침 18일은 ‘산의 날’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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