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현대경제연구원 월례좌담회]“청년 일자리 해결ㆍ교육비 절감ㆍ보육환경 개선이 저출산 해법”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초저출산 기준인 1.3명을 밑도는 1.24명에 불과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68명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것으로, 최하위인 포르투갈(1.23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현실은 더욱 암울하다. 지난 1~5월 출생아 수는 전년(19만2000명) 대비 5.3% 감소한 18만2000명에 불과했다. 최저출산율을 기록한 2005년보다 7000여명이 적은 것이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의 연중 세미나 ‘출산율 2.1 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의 다섯번째 좌담회가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됐다. 왼쪽부터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이영 교육부 차관,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회장.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많은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의 주요 원인 중에는 그동안 축적되어 온 교육 및 보육 제도의 모순점이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출산력 조사’ 결과 주요 출산 연령층인 20대는 자녀양육비 부담을, 30대는 자녀교육비 부담을 주요 출산 중단 이유로 꼽았다. 특히, 자녀 1명을 둔 35세 미만 기혼 여성(15~34세)으로 한정했을 때 ‘자녀양육비 부담(24.3%)’과 ‘자녀교육비 부담(22.3%)’을 추가 출산 중단 이유로 꼽았다. 2045년까지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인 대체출산율(2.1명)에 도달하겠다는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 계획’의 주된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 과정이 청년들의 취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점 역시 저출산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고용의 불안정성이다. 올해 들어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상승폭이 두 번째로 높다. 파산 위기를 맞은 그리스 다음이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원장 강인수)이 마련한 연중 세미나 ‘출산율 2.1 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의 다섯 번째 좌담회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홋데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에는 이영 교육부 차관,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회장(중원대 아동보육상담학과 교수)이 참석했다. 이들은 ‘출산율 제고에 기여하는 교육 제도 및 정책’을 주제로 저출산ㆍ고령사회를 맞아 일ㆍ학습 병행을 지원함으로써 취업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교육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또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인하하는 것과 동시에 영유아 보육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출산율 상승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교육 제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사회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 정책은 무엇이 있는가.

▶이영 교육부 차관=최근 들어 유행하는 말 중에 ‘일취월장’이란 것이 있다. 바로 ‘일찍 취업해서 월급받고 장가가자’라는 말의 앞 글자들을 따서 만든 말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맘놓고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런 환경의 가장 우선 조건은 안정된 청년 취업 시장의 확보다. 이 같은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바로 ‘일학습병행제’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제도의 적용 분야를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선(先) 취업 후(後) 학습’을 기본으로 하는 ‘평생교육단과대학’ 등 정부의 각종 교육 제도는 교육의 현장성을 높여 사회가 범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나가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학교에서 가르치는 부분과 산업 분야의 요구 사항 사이에 발생하는 미스매치를 줄이는 것이 일학습병행제 성공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 본다. 해당 제도에 참여하는 학교수는 물론 직접 인재를 선발하는 기업들의 수가 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학생들에 대한 훈련 과정이 정교해졌고 산업 현장에 유입되는 청년층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출산율 제고와 관련된 구체적인 효과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회장=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경제신문사와 경제연구원이 함께 교육과 보육의 의미에 대해 분석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만으로도 신선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육은 공익성을 중시하는 분야인 만큼 효율성과 경쟁력, 시장논리와 자율화 등을 강조하는 경제 영역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이상 보육환경 및 교육 제도 개선을 통한 출산율 제고 문제는 경제활동인구의 확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강 원장=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한국의 교육 구조 속에서 만연하는 교육비 부담은 저출산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심각하다.

▶이 차관=공교육의 정상화와 내실화를 통해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정부에선 2016년부터 전국 중학교에 대해 자유학기제를 전면적으로 확대해 실시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수반되는 주입식 교육과 ‘결과 중심 평가’ 대신,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진로탐색활동과 주제선택활동 등 자유학기 활동을 확대해 경쟁적 요소가 적은 ‘과정 중심의 평가’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창의적 사고와 지식정보처리능력, 심미적 감성, 공동체 역량 등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학습량을 적정화하는 ‘2015 교육과정 개정’도 실시하는 등 보다 근본적으로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는 교육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기에 ‘공교육정상화법’ 제정을 통해 선행학습 유발 요인을 제거하고, ‘학원비 옥외가격표시제’ 전면확대 등 각종 사교육비 투명ㆍ안정화 작업을 도입해 교육비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이사장=교육비의 과다 지출을 막기 위한 제도 개혁의 방안으로 정부가 확대 실시하고 있는 자유학기제의 취지에 대해 적극 공감한다.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해서도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자유학기제는 향후 일학습병행제와 결합됐을 때 청년들의 안정된 일자리 탐색에 큰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자유학기제를 맞아 올 한 해 폴리텍대학에서 직업훈련을 받는 중학생 1만5000여명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 원장=누리과정 실시 등으로 영유아의 보육까지도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 상태 등 현실적인 문제로 국ㆍ공립 보육기관의 확충이 어려운 실정에서 민간 기관에 의존하는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정 회장=민간어린이집에 대한 ‘준공영제’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해당 제도는 민간 기관으로서 운영의 자율권은 보장하되 지원은 공공 부문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의 격차 해소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다. 현재 경기도 안양시에서 실제 운영하고 있는 해당 제도를 전국적으로 본격 도입할 경우 질 높은 보육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불안감 해소를 원하는 부모들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정부 역시 민간 기관들이 합리적인 재무회계규칙을 마련해 투명하게 운영하면서도 보육 환경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손쉽게 감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차관=정부는 생애 출발선 평등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경감을 위해 현재 실시하고 있는 누리과정 안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시ㆍ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조기에 완료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특별회계 설치를 추진하는 등 교육청과 지자체 간의 정책 예산 협의를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 원장=최근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 역시 시대적 화두다. 단일 기술 분야의 발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 구조에서는 해당 기술들의 융합 가능성은 물론 인성, 감성 등이 강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변화에 청년층이 잘 적응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음으로써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한계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차관=직업 훈련제도의 혁신으로 사회조기 진출을 유도하고 고용안정을 통한 출산율 제고가 필요한 이 시점에 젊은 인재들이 현장성 못지 않게 갖춰야할 소양은 바로 인성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소속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원하는 인재상을 조사해본 결과 10개 중 7개(69.4%)에 이르는 기업들이 인성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인성을 기르는 것은 결국 존중과 배려가 기본이 되는 상호작용에서부터 시작된다. 칠판에 적힌 내용만을 베끼다 집에 가는 주입식 교육만으로는 이 같은 인성을 육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자유학기제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답에 가장 가까운 제도라 자신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중학교 내 학교폭력은 2011년 대비 절반 정도로 줄었다.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회장=당장의 재정적 투입만으로는 심화되는 저출산 추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저출산 극복 등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0~5세 아동이 있는 전 계층 가정에 보육료를 지원했지만 출생아동의 수는 전년보다 7.3% 감소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문학적 접근이야말로 저출산을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가속화되고 있는 무한 경쟁 교육 체제 내에서 극소수만 성공하는 구조로는 가정에 대한 구성원들의 행복감을 극대화하고, 이를 후대에 물려주려는 노력을 소극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기쁘고 행복하다는 가치관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 없이는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만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이사장=여성의 직업교육도 시급하다. 저비용의 단기 교육에서 벗어나 보다 구체적인 직업교육 계획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결혼 및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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