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 한때 소형제약사 난립…품질경쟁·M&A로 ‘돌파구’

1990년대 1500개, 2000년대 74%로 감소
한국 제약업계 일본 반면교사 삼을만

제약업계의 고질병으로 지목되고 있는 리베이트를 근절하자는 목소리는 업계 내에서도 계속돼 왔다. 제약업계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리베이트’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아왔다. 정부는 제약계에 만연한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지난 2010년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공자뿐만 아니라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자까지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공자와 제공받는 자를 동시에 처벌한다는 강력한 처벌 방침으로 몸을 사리는 의사들이 많아지긴 했다”고 말했다.

한국제약협회는 회원사들에게 공정경쟁규약(CP)을 실시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이에 제약사들은 내부적으로 CP 전담 인력을 배치해 수시로 공정경쟁에 대한 교육을 하며 리베이트에 대한 경각심을 수시로 주입하고 있다.

이재국 한국제약협회 상무는 “협회는 리베이트를 없애보자는 강력한 의지에 따라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도입했다”며 “이는 1회성 처벌이 아니라 리베이트를 하게 되면 회사의 존재 자체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협회는 최근 리베이트에 대한 무기명 설문조사까지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 정도라면 제도상으로는 리베이트를 없애기에 거의 충분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죄를 없애자’며 강력한 처벌을 하게 되더라도 범죄율이 ‘제로’가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리베이트도 마찬가지다. 리베이트를 줄일 수는 있어도 리베이트 ‘제로’가 되기는 어렵다. 결국 제약산업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해답은 일본의 과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의약품 시장은 1970년대부터 성장을 이어가다 1990년대에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소형제약사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경쟁력 있는 제약사들은 유통 및 판매경쟁보다 신약개발과 품질경쟁에 집중하는 쪽으로 사업방향을 잡게 된다. 이 때 상위제약사와 소형제약사의 인수합병이 활발해졌고 이에 1990년대 1500개까지 난립했던 제약사는 2000년대 74% 수준으로 감소했다.

활발한 국내외 M&A 활동과 R&D에 집중하기 시작한 일본은 1990년 후반부터 제약업체 수는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의약품 수출액은 증가하기 시작했다.

제약 관계자는 “일본의 경험이 정답은 아니지만 현재 한국의 제약산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합치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제약사끼리 적극적으로 M&A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제약사들은 규모에 상관없이 자신들만이 가진 특화된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무조건 잘 팔리는 제품이라고 너도 나도 뛰어들 것이 아니라 그 회사만이 가진 장점이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집중이 필요하다.

제약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우 여러 제품을 전부 다루기보다 항암제면 항암제, 백신이면 백신 등 자신들만의 강점을 가진 제약사들이 많다”며 “한국 기업들도 잘 해 왔던 영역을 좀 더 파고들어 전문성을 키우거나 과감히 신사업에 도전해 보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손인규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