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증시, 역대 최대 ’외국인 엑소더스’…‘양날의 칼’된 일은의 금융완화 정책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시장을 떠나고 있다.

올해 일본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 규모는 590억 달러(약 66조 원)에 달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18일(현지시간) 일본에서 빠져나간 자본 규모가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최대 수준에 달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세를 띄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내각의 금융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문재연 [email protected]/자료=블룸버그 통신]

일본에서 올해 빠져나간 자금 규모는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33개 시장 중 역대 최고에 달한다. 일본 중앙은행(BOJ)이 580억 달러에 달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결이 강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로 도쿄 토픽스 지수는 올해 약 12% 가량 급락했다. UBS그룹 자사운용사인 AG 도쿄지점의 도루 이바야시는 “외국인이 아베노믹스에 크게 실망함에 따라 채권을 내다팔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시장에 실망한 가장 큰 원인은 치솟는 엔화가치다. 달러 대비 엔화의 가격은 올 한해 총 16% 가량 증가했다. 아시아 화폐 중 가장 높은 상승세다. 수출 중심의 산업이 발달한 일본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아베노믹스는 BOJ의 채권 및 ETF 매입을 통해 엔저를 유지하고 수출을 확대한 뒤, 소득증진 효과를 통해 경기부양을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실망감이 깊어지면서 토픽스 지수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요시노리 시게미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외국인에게 일본은 이제 어려운 투자처 중 하나”라면서 1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BOJ의 금융완화책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물결을 심화하기도 했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레톤 이머징 마켓 그룹 대표는 지난달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BOJ의 완화책이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한 바있다. BOJ의 ETF 매입이 일본 주가를 왜곡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그래픽=문재연 [email protected]/자료=블룸버그 통신]

하지만 아베노믹스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목소리도 높다. 픽테트 자산운용사의 히로시 마츠모토 일본 투자담당자는 일본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강조해 투자를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츠모토에 따르면 토픽스 지수 편입 기업들의 주가수익배율(PER) 평균은 지난 10년 평균치 15배보다 낮은 13배에 그치고 있다. 아마리 아키라 전 경제담당상도 아베노믹스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마리 전 경제담당상은 “아베노믹스가 효과가 지연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라면서 “하지만 잘못된 정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베노믹스가 다시 효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UBS의 이바야시는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에 개혁이 이뤄지고 노동유연성이 갖춰져야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매수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바야시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업 구조개혁의 강한 추진력을 제공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아베노믹스 향방에 투자자들이 실망을 하고 일본을 떠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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