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됐다 풀려난 여학생에 ‘환향녀’ 낙인…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년 6개월 전,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동북부 지역 치복의 여학생 276명을 납치했을 때 국제사회는 경악했다.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자는 캠페인이 일었고,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 등 유명인사들도 동참했다. 그러나 납치된 학생 중 상당수는 계속 보코하람과 함께 머물고 싶어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현지 지도자급 인사의 말을 인용해 “납치된 여학생의 1/3 이상이 보코하람과 머물기를 원했다”라며 이 때문에 과거 구출 협상이 실패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학생들이 구출되기를 거부한 이유는 보코하람에 의해 이슬람으로 개종해 급진화된 것이 한 가지 원인으로 추정된다.

[사진설명=보코하람에 의해 납치된 여학생들의 귀환을 촉구하는 영국 런던의 시위 현장]

학생들은 원래 기독교도였는데, 보코하람은 이들을 납치하자마자 이슬람으로 개종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노예가 되라는 선택지를 주었다고 전해진다. 보코하람 측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90명의 학생이 납치 즉시 보코하람의 멤버가 됐다고 했다. 또 2년 반 동안 보코하람과 함께 지내며 강간을 당하는 등의 방식으로 아이를 가져 어쩔 수 없이 급진화된 사례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보코하람에 인질로 잡혀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평생 낙인으로 찍혀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다. 보수적인 기독교도가 주를 이루는 치복에서는 인질로 잡혀갔다 풀려난 학생들이 피랍된 기간 강간 등을 당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며 ‘보코하람의 아내들’이라 부르고 있다. 고려 시대 몽고에 인질로 잡혀갔다 돌아온 여성들을 ‘환향녀(還鄕女)’라고 불렀던 것과 같은 식이다.

실제 납치 당일(2014년 4월 14일) 57명이 가까스로 탈출했는데, 위로는 커녕 모욕과 조롱을 당해야 했다고 포구 비트루스 회장은 AP통신에 말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프워치의 마우시 세군 역시 “일부 학생은 치복으로 돌아가지조차 않았고, 다른 일부는 돌아오자마자 바로 떠났다”라고 했다. 20여명은 현재 미국으로 도망치듯 건너가 교육을 받고 있다.

비트루스 회장은 지난 13일 나이지리아 정부와 보코하람의 협상으로 풀려난 21명의 학생들 역시 “낙인이 평생 그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이 나라와 지역사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나이지리아 정부는 보코하람에 남아있는 190여명의 학생들 가운데 추가 인원을 석방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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