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회고록 정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담백한 생선 지리를 좋아한다. 미국 방문 중에 들른 교포식당에서도 생선 머리와 내장이 들어간 담백한 생선 지리를 찾았다고 한다. 반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얼큰한 생선 매운탕을 좋아한다. 얼큰하다 못해 입 안이 헐도록 톡 쏘는 홍어 요리를 유난히 좋아했다. 왜 이렇게 다를까?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외향적인 사람은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내향적인 사람은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건 필자의 분석이 아니라 세계적인 요리전문가이자 신경정신과 의사인 앨런 허시(Alan Hirsch) 박사의 이론을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에 적용해서 도출한 내용이다.

허시 박사는 수년간 1만8000여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230여 년간에 걸친 미국 역대 대통령 45명의 음식과 성격 및 정치스타일과의 관련성을 연구했다. 그렇다면, 반기문,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과 같은 대권 주자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며, 그에 따른 성격과 리더십은 또 어떤가?

서두가 좀 길어졌다. 필자는 지금 이런 내용을 책으로 쓰고 있는데, 지난 20여 년 동안 10권의 책을 쓰면서 때로는 소화불량으로, 때로는 심한 치질로 고생했다. 대부분의 저자는 책 쓰는 고통을 잘 안다. 책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읽어주는 것, 즉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요즘 온 나라를 뒤흔드는 ‘송민순 회고록’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혹자는 수억원짜리 공짜 광고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유명 인사들의 회고록이나 자서전은 늘 파란을 일으켰다. 2011년 출간된 ‘노태우 회고록’은 92년 대선 때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3000억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해서, 2015년에 출간된 ‘이명박 자서전’은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의 비공개 대화내용을 공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2011년 신정아 씨의 자서전은 대권주자와의 과도한 친분관계를 공개해 유명세를 탔다. 머잖아 전두환 자서전이 나오고, 훗날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이 나온다면?

송민순 회고록은 취지야 어찌 됐든 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필자는 송민순 회고록의 팩트와 해석의 차이를 일일이 파악할 생각은 없다. 그저 우리 안보를 위해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경험을 살려 지난 3년 동안 힘들게 책을 쓴 저자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다. 그러나 이 책이 이토록 큰 정치적 공방을 불러올지는 저자 본인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새누리당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내통’이라는 극한 용어까지 동원해 연일 파상 공세를 퍼붓고 있고, 민주당 대표는 “괴물 되지 말고, 사람이 좀 돼달라!”고 새누리당을 향해 외치고 있다. 여야 공방의 끝이 궁금하다. 아니, 솔직히 궁금하지 않다. 북풍, 총풍, 그리고 NLL…, 그 어느 것도 속 시원하게 결말이 난 적이 있었던가? NLL 문제만 해도 박근혜 정부 초기에 1년 가까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분단국가에서 확고한 안보관은 매우 중요하다. 차제에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대권주자들은 자신의 안보관을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안보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안보능력이다. 말로는 안보, 안보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북한에 속수무책인 안보 무능은 위험천만하다. 박근혜 정부는 과연 ‘안보 유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차기 대권 주자들의 안보관과 안보능력에 대해서는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검증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제 더는 회고록 한 권 때문에 대한민국이 온통 ‘안보 광풍’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민생은 어디로 사라지고, 최순실 의혹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국민이 안보 공방전에 식상해서 YS의 생선지리나 DJ의 생선 매운탕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도록, 정치권은 냉철함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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