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취업시키려 ‘입사전형 바꿔달라’ 청탁 ‘빗나간 부정’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선임연구원 A(58) 씨는 지난 2011년 1월 새로운 소식을 들었다.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에서 국제기구인 ‘ISGAN’(스마트그리드 국제협의체) 사무국을 확실히 유치한다고 했다.

A 씨는 사업단 국제협력팀장 B 씨를 만났다. B 씨에게 아들이 사무국 직원으로 채용됐으면 좋겠다고 운을 띄웠다. 이에 더해 “(아들이) 받아놓은 토익성적이 없으니 서류전형을 합격시켜 주고, 필기시험 문제도 가르쳐달라”고 요구했다. 


요청을 받은 B 씨는 서류전형 기준을 손질했다. 토익 등 영어성적을 대체할 기준으로 ‘해외유학경험’을 추가했다. 필기시험에 낼 번역문제를 A 씨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A 씨의 아들은 필기시험에서 1등으로 합격해 면접을 보게 됐다. A 씨의 아들은 면접에서도 B 씨의 추천에 따라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를 위계에 의해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의 정당한 직원 채용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겼다. A 씨의 청탁을 들어준 B 씨도 함께 기소했다.

1심은 두 사람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핵심 인물인 B 씨가 당시 상황을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했고, A 씨에게 좋지못한 감정을 품고 불리하게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달랐다.

재판부는 “서류전형 기준의 변경이나 면접위원에 대한 추천 및 A 씨 아들 답안의 특이점 등은 A 씨의 부정한 채용 지시와 그에 따른 실행 결과로 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설명되기 어렵다”며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범행 시점으로부터 3년 만에 감사원 조사가 시작된 점에 비춰볼 때 B 씨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같은 채용절차에 응시한 신청자들 뿐 아니라 널리 취업준비생이나 관련된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며 A 씨 등의 죄책을 엄하게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부장 김성대)는 업무방해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B 씨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내렸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