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미용의 필수품… “보톡스 출생지 밝혀라…”

균주 출처싸고 제약사간 논쟁
대웅-휴젤 싸움에 메디톡스 가세
업계 자칫 시장침체 역효과 우려

#.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다니는 30대 C씨는 6개월마다 보톡스 주사를 맞는다. 처음엔 주사를 맞는 게 두려웠지만 주변에서 보톡스로 효과를 본 지인의 추천도 있었고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주사를 맞으면 이목구비가 뚜렷해지는 변화를 느낄 수 있기에 C씨는 보톡스를 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최근 보톡스 원료 물질의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뉴스에 걱정이 생겼다.

한국 피부미용 시장의 대표제품으로 자리 잡은 ‘보톡스’의 원료 물질 출처에 대한 제약사 간 공방으로 제약업계가 시끄럽다. 미용을 중시하는 한국 여성들에게 보톡스는 가장 기본적이고 초기 단계 미용 시술이다. 하지만 보톡스의 원료가 되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보톡스 제품을 보유한 제약사간 다툼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동민 “국내에서 균주 발견했다는 보고 받고 현장조사도 하지 않아”=보툴리눔 톡신 균주에 대한 문제는 지난달 29일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제기됐다. 기 의원은 국내에서 보톡스 제품을 개발해 판매 중인 대웅제약(제품명 나보타)과 휴젤(제품명 보툴렉스)이 국내에서 균주를 발견해 이를 배양, 제품화하고 있는데,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톡스의 원료인 보툴리눔 톡신은 강한 맹독성물질이기 때문에 1g만을 가지고도 100만명 이상을 죽일 수 있는 생화학 무기의 원료가 된다. 이에 전 세계는 ‘생화학 무기 거래 금지 조약’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기 의원은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휴젤은 지난 2002년 부패한 통조림에서 보툴리눔 독소를 분리해 배양했다고 하고 대웅은 2006년 토양에서 균을 채취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구체적인 제품과 장소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디톡스 “휴젤ㆍ대웅, 균주 출처 어딘지 공개해 보라”=기 의원의 문제제기에 메디톡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메디톡스는 1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보톡스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 제약사다.

메디톡스는 지난 14일 휴젤과 대웅 측에 공개토론 형식으로 ‘보툴리눔 균주를 어디에서 누가 어떤 방법으로 발견해 획득했는지, 그 혈청학적 분류와 형태는 무엇인지, 메디톡신을 포함해 기존 제품의 균주와는 같은지 또는 다른지를 명확하게 규명하자’고 제안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1970년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수학한 카이스트 교수가 국내에 처음 들여 온 보툴리눔 톡신 A형 홀(Hall) 균주를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제품화에 성공, 2006년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메디톡신’으로 상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1970년대에는 생화학 무기법이 만들어 지기 전이어서 국가 간 이동이나 거래가 규제되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연구자가 귀국할 때 연구 소재를 가져와 연구하는 것이 자연스런 관행이었다”며 “메디톡신의 균주 출처는 분명한데 휴젤이나 대웅이 발견했다는 보툴리눔 톡신 A형은 자연 상태에서 발견하기 매우 어려운 균임에도 그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툴리눔 톡신은 균주의 발견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툴리눔 톡신 A형 제제는 지금까지 1989년 미국에서 출시된 엘러간사의 보톡스를 필두로 7개 제품만이 판매되고 있다.

▶대웅 “균주 출처 밝히지 않은 건 오히려 메디톡스”=대웅과 휴젤은 메디톡스의 공개토론 제안에 대해 메디톡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냈다.

대웅측은 “메디톡스는 토양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발견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데 보툴리눔 균은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균”이라며 “무엇을 근거로 자연상태 토양에서 균을 발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는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웅은 오히려 균주의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은 메디톡스 측이라고 역공했다. 대웅은 “대웅제약은 균주의 출처와 관련된 자료도 제출하고 실사도 완료해 정부의 허가를 받았지만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균주를 들여왔단 말만 있지 명확한 근거자료를 제시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휴젤 측 역시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자체 개발한 ‘보툴렉스’는 균주의 기원과 특성 분석, 배양, 독소 정제에 이르는 공정에서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돼 식약처에서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보톡스에 대한 이미지 추락 염려”=제약업계는 이번 논란이 자칫 국내 보톡스 시장의 침체로 이어질까 염려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톡스 원료 물질에 대한 명확한 출처를 밝히는 것은 안전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며 “하지만 이번 논쟁으로 성장하는 국내 보톡스 시장이 위축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손인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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