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법인 내세워 대포통장 유통한 ‘스마트 조폭’ 검거

-까다로운 은행 심사 피하기 위해 유령법인 56개 설립

-대포통장에 입금된 불법 도박자금 다시 가로채기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유령법인을 내세워 대포통장을 만들어 유통시킨 조직폭력단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이 만든 대포통장은 인터넷 도박 사이트와 보이스피싱 조직에 흘러들어가 범죄에 악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부장 노정환)는 은행의 까다로운 통장 개설 심사를 피하기 위해 유령법인 56개를 세워 대포통장을 발급받고 이를 유통시킨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총책 A(29) 씨 등 6명을 구속기소하고 명의 대여자 등 27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 일당은 폭력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유령회사를 세우고 명의대여자를 통해 불법으로 대포통장을 발급받았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대포통장 유통을 방지하고자 계좌개설 요건을 강화하자 이들은 유령법인 56개를 설립해 조직적으로 대포통장을 만들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일당은 유령법인을 통해 만든 대포통장 200여개를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와 보이스피싱 조직에 유통했다. A 씨 등 총책은 인터넷 도박 사이트로부터 통장을 넘기는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불법 수익금으로 외제차와 제트스키를 구매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조직적인 대포통장 유통 정황을 확보한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이들의 범행도 꼬리를 밟혔다. 검찰은 지난 6월 일당의 작업장을 압수수색해 대포통장 유통조직을 발견했고 A 씨 등 주범과 명의대여자 모두를 검거할 수 있었다.

검찰 조사 결과, 일부 명의대여자들은 자신이 판매한 대포통장에 입금된 불법 도박자금을 다시 횡령하기도 했다. 검찰은 범죄 수익금을 다시 가로챈 명의대여자 2명에 대해 횡령 혐의를 추가해 모두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통된 대포통장 대부분이 서민을 울리는 불법 도박과 보이스피싱에 사용됐다”며 “최근 대검에서 보이스피싱 사건처리기준을 강화해 대포통장 유통을 단순 가담한 경우에도 중형을 구형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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