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디자인포럼2016⑪]대기업에 치이고 정부 지원은 뜬구름…기회보단 위기 된 ‘디자인 장벽’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디자인경영, 디자인 융복합시대는 과연 기회인가. 중소기업의 현실은 다르다. 기술력 뿐 아니라 디자인도 필수인 시대에서 중소기업의 생존 조건은 한층 복잡해졌다. 오히려 중소기업은 ‘디자인 장벽’을 호소할 정도다. 기회이기에 앞서 위기다.

고객도 까다로워졌다. 기술력만으론 오늘날 고객을 충족시킬 수 없다. 디자인까지 갖춰야 통한다. 디자인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더 힘에 부친다. 정부 지원 역시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자인 융복합 시대에서 중소기업이 호소하는 ‘디자인 양극화’는 또 다른 냉혹한 현실이다.

중소기업의 ‘디자인 장벽’은 이미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올해 한국디자인진흥원이 발간한 산업디자인통계조사에 따르면, 한국 디자인산업 규모(2014년 기준)는 14조3700억원이다. 전년 대비 10% 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GDP 성장률은 2.6%였다. 급속도로 팽창하는 디자인 산업이다.

주목할 건 대기업ㆍ중소기업의 차이다. 대기업은 같은 기간 디자인 전문 인력이 회사당 평균 16.13명에서 34.41명으로 급증했다.중소기업은 회사당 2.44명에서 2.06명으로 되레 줄었다. 디자인 인력이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수치는 투자 규모다. 대기업의 회사당 평균 디자인 투자 금액은 같은 기간 22억8200여만원에서 19억400만원으로 감소했고,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회사당 투자금액이 8058만원에서 8661만원으로 늘어났다. 대기업은 인력이 늘었지만, 투자금액은 오히려 줄고, 중소기업은 인력이 줄었는데 투자금액은 증가했다.

디자인 투자 금액 중 디자이너 인건비 비중(69.7%)이 압도적인 점을 감안할 때, 대기업은 디자이너 임금 수준을 동결 혹은 중소기업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디자이너 인력을 늘리고 있고, 중소기업은 인력 유출을 막고자 인원을 줄이면서까지 인건비 수준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개발자 인력 유출에 이어 이젠 디자이너 인력 유출까지 고민해야 할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디자인 투자 전망에서도 대ㆍ중소기업 격차는 명확하다. 올해 디자인 투자 금액 전망 설문조사에서 전년 대비 대기업은 평균 103.4%, 중소기업은 88~89%를 보였다. 대기업은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디자인 투자를 설계하지만, 중소기업은 오히려 전년 대비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지원 역시 현실과 거리가 멀다. 산업디자인통계조사에서 정부의 디자인 산업 육성 지원 항목과 관련, 기업의 69.6%가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청도 현재 수출 기업 지원 사업에서 일부 디자인 컨설팅 프로그램 등을 지원할 뿐이다. 디자인에 특화된 지원 사업은 없는 실정이다.

현장에서도 이 같은 불만은 확인된다. 한 스타트업 기업 대표는 ‘뜬구름’ 같은 정부 지원을 꼬집었다. 그는 “정부지원 사업으로 디자인 컨설팅에 참여했는데 해당 강사 역시 ‘외주가 아닌 컨설팅만 한다’는 대목을 수차례 강조했었다”며 “정작 중소기업에 필요한 건 외주 방안 등 현실적인 대안이다. 원론적인 얘기만 해주는 컨설팅 지원은 오히려 시간 낭비”라고 토로했다.

디자이너 채용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인력 연계 프로그램이나, 과학기술 연구 인력을 채용할 때 기업에 제공하는 비과세 혜택 등을 디자이너 분야로도 확대해달라는 요구 등이 현장의 목소리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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