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격 내팽개친 여야정쟁

가관이다. 지난 18일 새누리당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파문에 대응해 ‘대북결재 요청사건 진상규명위원회’라는 당내 기구를 설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질세라 같은날 ‘비선실세 국정농단 편파기소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여당 및 제1야당의 ‘품격’이 이 정도다. 여야에 의해 바닥까지 떨어진 것은 ‘국격’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낯부끄럽다.

‘노무현 정부는 엄중한 대북 외교 정책 결정을 북한 정권의 판단에 따랐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의 비선실세의 농단으로 국정을 망치고,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 여야가 제기하는 의혹과 주장이다. 북한과 내통한 노무현 정부, 대통령 측근인 일 개인에 의해 국정이 좌우되는 박근혜 정부. 여야가 보는 대한민국의 수준이 그렇다.

굳이 당내 대책기구를 만들자고 한다면, 예를 들어 여당은 ‘노무현 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결정 진상규명위’라고 해야 더 옳다.

야당은 ‘미르ㆍK스포츠 설립 특혜 의혹과 검찰의 불공정 수사 대책위’가 더 맞다. 물론 ‘프레임 전쟁’은 현대 정치의 불가피한 속성이다. 문제는 여야가 내세운 ‘프레임’이 저열하고 유치하고 선정적이라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기만적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송 전 장관 회고록 파문의 본질은 지금 야당의 주축인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평가다. 참여정부의 대북정책과 이후 계속된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한 엄격한 평가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이라는 중대한 외교적 결정을 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야 했느냐는 이 맥락에서 다뤄져야 한다. 문재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미르ㆍK스포츠 재단을 둘러싼 각종 의혹도 마찬가지다. 두 재단의 설립 및 운영 과정에서 정부의 비정상적인 의사결정과 특혜가 있었는지, 청와대가 대기업에 압력을 행사했는지가 초점이다. 야당은 ‘비선실세’라는 선정적 단어를 내세워 자꾸 대통령의 사생활 문제로 본질을 호도해선 안된다.

현저히 ‘과거 퇴행’적인 두 사안이 대선까지의 각종 현안을 모두 빨아들일까 우려된다. 과거의 망령이 미래를 집어 삼키게 놔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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