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항공사 유류할증료 편파 부과 논란 다시 불붙었다

한국 15개월째 유류할증료 제로…미국발 여전히 160달러 부과

연간 6000만 달러 ‘알토란’ 포기 못해…”미국발 고객에 차별적인 정책” 불만 높아

유류할증료

요지부동이란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류할증료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동일한 비용이 소요되는 LA-인천을 비롯해 미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직항편에 부과되는 사실상의 추가 요금인 유류할증료는 한국에서 항공권을 구입하면 한푼도 내지 않는다. 두 국적항공사에 따르면 11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부과하지 않는다. 지난해 9월부터 15개월 연속 ’0원’이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의 갤런당 평균값이 150센트 이상일 때 부과하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부과하지 않는다. 11월 국제선 유류할증료의 기준이 되는 9월 16일∼10월 15일 싱가포르 항공유의 평균값은 배럴당 57.82달러, 갤런당 137.68센트로 150센트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발권하는 인천발 국제선 항공권에는 출발일을 따지지 않고 유류할증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에서 구입한 같은 노선의 항공권에는 여전히 왕복 160달러의 유류할증료를 내야 한다. 불공평한 처사를 지적하면 국적항공사들은 “미국내 다른 항공사들이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한마디로 따지지 말라는 자세로 일관한다. 한국처럼 정부(국토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시장 자율에 맡겨진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국적 항공사의 주요 고객이 한국계 미국인이거나 여전히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인과 재외국민인만큼 ‘역차별’에 따른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과연 두 국적항공사의 유류할증료의 일방 부과정책은 합리적인 것일까. 19일 LA노선 기준 매일 2편을 왕복 운항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공급석은 1600석 조금 넘는다. 이 중 유류할증료를 부과할 수 있는 미국발 판매좌석수는 하루 평균 800석 가량이다. 유류할증료는 마일리지로 무료 항공권을 이용해도 부과된다. 결국 매일 800명, 즉 13만 달러에 가까운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이를 1년으로 늘리면 연간 6000만 달러에 달한다. 순수 한인 판매분만 따져도 3000만 달러는 쉽게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두 항공사 LA 노선의 여객 매출이 연간 3억 달러가 조금 넘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0%나 된다. 게다가 몇년전부터 여행사에게 주던 판매 수수료를 전체 항공권 가격 중 일정 비율에서 유류할증료를 빼기 시작해 수수료 절감 효과도 상당하다. 한국처럼 유류할증료를 포기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4년 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항공권 가격이 10%이상 낮아졌고 특히 한국 판매분의 가격은 일부 비수기의 경우 절반 수준까지 떨어져 노선 왕복 당 매출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국적항공사들의 설명도 수긍할 만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덜 받고 판 것을 미국에서 메꾸는 구조인 셈이다.

장기간 초저가 기조를 유지했던 국제 유가 흐름이 최근 중동 국가들의 감산 결정 등에 힘입어 조금씩 오름세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을 국적항공사들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은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더 올리고 못 받던 한국에서도 유류할증료 부과를 통해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항공권 가격 속에 숨겨진 또다른 가격으로 간주되는 유류할증료는 지난 1997년 항공사의 이익단체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전세계 노선에 유류할증료를 일괄 도입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으로 시행을 추진했지만 미국과 EU에서 소비자의 이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바 있다.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각 항공사들이 개별적으로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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