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수사 마무리 ⑤] 총수 일가 후계 경쟁이 낳은 ‘참사’였나

-檢 “신동빈, 경영실패 논란 피하려 무리”

-승계서 배제된 롯데가 여인들 불법 지원받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은 19일 창업주인 신격호(94) 총괄회장을 비롯해 총수 일가를 일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롯데그룹으로서는 총수 일가가 한꺼번에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게 된 셈이다.

이날 검찰의 기소 내용을 보면 지난 몇 년간 롯데그룹 전반을 지배했던 경영권 승계문제가 총수 일가의 범죄 사실에도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의 후계 자리를 놓고 형과 경쟁했던 차남 신동빈(61) 회장은 자신의 경영능력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려고 무리하게 사업을 집행하다 계열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반면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57) 씨와 장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롯데가 여인’들은 경영권 승계에서 배제된 대신 부당한 금전 지원을 받아 탈세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먼저 신 회장에게 적용된 배임 혐의에는 롯데피에스넷(ATM 제조ㆍ공급업체)에 대한 부당 지원사실이 주를 차지한다. 코리아세븐 등 3개 계열사들로 하여금 투자가치가 없는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지시해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신 회장이 2004년 롯데정책본부장 취임 후 의욕적으로 추진한 인터넷뱅크 사업이 실패하자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책임 추궁과 후계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무리한 유상증자를 반복하다가 340억원의 부실을 계열사에 전가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지난 1996년부터 차남 신 회장에게 한국 롯데그룹을, 장남 신 전 부회장에게 일본 롯데그룹을 맡기고 경영능력을 비교 평가하는 식으로 후계자 경쟁을 시켰다. 이같은 후계 경쟁구도 틀에서 총수 일가의 비리가 발생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반면 경영권 다툼에서 한 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롯데가 여인들은 대신 ‘보상’의 성격으로 그룹의 비상장 주식과 급여, 이권 등을 넘겨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서 배제된 신 이사장과 서 씨 모녀를 위해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주고(배임), 직무수행 사실이 없는 데도 부당급여를 지급하는 식(횡령)으로 이권을 보장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적발된 전체 범죄금액이 3755억원에 이르고, 총수 일가의 횡령성 이득액이 1462억원에 달하는 심각한 수준의 기업 사유화ㆍ사금고화 행태 등 불투명한 재벌 지배구조의 폐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며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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