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선거 조작 감시단’, 유권자 협박 우려 높아져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연일 ‘선거 조작’ 주장을 펼친 데 이어, 지지자들에게 대선일에 투표소를 잘 감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선거 조작을 감시하겠다고 나설 경우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간)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 스프링스 유세에서 “선거조작은 평범한 일이며, 우리가 그것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우리를 비판하고 있다”라며 “필라델피아,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등을 보라. 이들 도시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앞서 지난주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유세에서는 “이 선거를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며 “돌아다니면서 다른 투표소들을 감시하라”라고 요구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이런 발언이 선거법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주(州)에서는 선거 감시원으로 활동하려면 해당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선거 조작 감시’를 촉구한 이후에도 실제 ‘감시단’을 조직하려는 움직임은 없다고 NYT는 전했다.

필라델피아 선거관리 위원회 부회장이자 공화당원인 앨 슈미트는 “전국 여론과 지역 현장에서 체감하는 여론의 강도에 차이가 있다”며 “필라델피아 외부로부터 선거 감시원을 하고 싶다는 문의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오하이오 공화당이나 선거 감시 단체 ‘트루 더 보트’(True the Vote) 역시 선거 감시를 하려는 사람이 2012년 대선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선거 조작을 감시하라”는 말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개인적으로 선거 감시를 명목으로 투표소 앞에 진을 칠 경우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의 지지자들 중에는 유색인종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이 많아 유색인종 유권자들이 느끼는 위협감은 상당할 수 있다.

필라델피아의 민주당 관계자인 리사 딜리는 이 점을 우려하며 “후보가 ‘지지가 필요하니 나와서 투표해달라’라고 말하는 것과 ‘선거가 조작되고 있으니 도와달라’라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며 “후자는 게임을 바꿔버린다”라고 말했다. 브레넌 정의센터의 민주주의 프로그램 담당자 웬디 와이저는 “부적절한 이의제기의 위험이 실제로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 로욜라 로스쿨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0∼2014년에 미국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미국인이 투표한 약 10억 표 중 조작 의심 사례는 31건이었다. 또 미 ABC 방송이 50개 주 선관위에 트럼프의 선거조작 주장에 동의하는지 문의한 결과 답변한 26개 주 고위 관계자 전원이 그동안 대선에서 선거조작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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