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③] 靑 내부문건 유출 처벌 가능할까…쟁점 3가지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고위직 인사 계획, 남북 군 접촉 기밀문서까지 받아본 것으로 드러나면서,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문건 유출자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나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실제 적용을 위해선 추가로 밝혀져야 할 게 많다고 본다.

최고 7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적용하려면 우선 유출된 문건을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법에는 대통령 기록물을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이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생산하거나 접수한 기록정보 자료’라고 규정한다. 주목할 점은 ‘대통령 결재를 통해 최종적으로 완성된 원본’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박관천 전 경정은 별도 출력하거나 복사한 문건을 유출했다며 1ㆍ2심을 통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을 무단 폐기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 실장은 유출된 회의록이 결재가 되지 않은 초본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원 관계자는 “JTBC 등에서 잇따라 공개하는 자료를 완성된 대통령기록물로 봐야할지, 대통령의 해명처럼 단순히 의견을 묻기 위한 기초 자료로 분류해야할지 논란이 될 것”이라며 “검찰에서 좀 더 면밀히 수사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무상비밀누설죄’ 적용을 위해선 유출된 문건이 ‘공무상 비밀’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최고 2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이 법을 적용하려면 유출된 문건이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비밀을 누설했을 때 국가 기능이 위협받는지 여부도 유ㆍ무죄 판단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예컨대 박관천 전 경정이 유출한 두 ‘정윤회 문건’에 대해 법원은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수집한 정도라 ‘보호가치’는 없지만, 문건이 유출됐을 때 국정운영이나 청와대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유출 자료가 ‘대통령기록물’이나 ‘공무상 비밀’이라는 점이 드러나면 처벌대상을 놓고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직접 자료를 유출했다면 퇴임후, 혹은 탄핵 등의 절차로 처벌할 수 있다. 헌법에서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면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는다. 문서 유출을 도운 보좌진이 있다면 모두 즉시 처벌된다.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 기밀 문서를 외부인에게 유출했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박 대통령이 ‘가족과 같이 대소사를 의논하는 사이’라고 주장하면 사회상규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서를 받아본 최순실 씨를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권한없이 기밀문서를 열람한 것만으로도 처벌대상이라는 의견과 단순히 자료를 받아본 것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부딪힌다. 재경지법의 A판사는 “최 씨가 적극적으로 문서를 요구하거나,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한 점이 입증돼야만 공범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문건유출자가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드러난 사실만으로 연루된 사람 모두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송기호 변호사(수륜 법률사무소)는 “최순실씨에게 비밀취급인가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대통령 업무수행의 핵심 비밀 문서를 비밀취급 인가증이 없는 비자격자에게 지속적으로 유출한 것은 대통령령 위반 행위다”고 지적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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