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블랙홀’ 강타…與野, 입법ㆍ예산 전쟁도 ‘올스톱’

[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최순실 의혹’이 ‘최순실 게이트’로 번지면서 여의도 정치권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권력형 비리가 터져나오자, 정기국회 최대 승부처인 입법과 예산 전쟁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야권은 ‘청와대 비서진 전면 사퇴’를 내걸고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고 여권 내부에서는 ‘지도부 전면 교체론’이 꿈틀대고 있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대통령 연설 개입 의혹을 시인하면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과 비박계 의원들은 이정현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 삼으며 현 친박 지도부의 전면 교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야당과 법안과 예산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벌일 주체가 추진력을 잃게 된 셈이다. 


그간 새누리당은 정기국회를 겨냥해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파견근로법 등 ‘노동개혁 4법’의 통과에 주력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법은 새누리당의 당론 1호 법인인 데다 박 대통령의 조속한 통과를 주문한 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야권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와중에 들끓는 민심이 ‘탄핵’을 외치면서 상황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반감이 정책으로 옮겨가게 될 경우, 관련 논의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노동 4법 외에 정부ㆍ여당이 추진해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기준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 등도 줄줄이 막힐 것으로 관측된다. 정권교체를 노리는 야권이 분노한 민심을 의식해 정부ㆍ여당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상과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예산 정국도 최순실 게이트와 엮이면서 지지부진한 속도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새누리당이 반대해온 법인세 인상은 미르ㆍK 스포츠재단에 자금을 몰아준 대기업에 대한 민심의 반감으로 인해 탄력을 잃고 있다. 아울러 야권은 이미 최순실 씨와 연관된 예산인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사업’과 ‘코리아에이드 사업’ 등 대폭 삭감하는 방침을 세웠다. 당장 2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는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을 놓고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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