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불안의 ‘트럼플레이션’…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채권 시장에서 국채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집권이 물가 상승과 함께 경기 침체가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플레이션’ 기대에 국채수익률 급등= 트럼프가 당선된 후 채권 시장에서는 국채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미국 30년물 국채수익률은 장중 올 1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뛰어 넘었다. 10년물도 2.2%선을 넘으며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국채인 10년 만기 길트의 경우 브렉시트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30년물 독일 국채수익률은 장중 5월 초 이후 처음으로 1%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 같은 채권 시장의 움직임은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물가상승률이 종전보다 오를 것이라는 관측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이 가파르면 미래 수익률이 고정된 채권의 인기가 떨어지고 가격도 하락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인 이달 9∼11일 학계와 업계, 금융계 금융전문가 5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는 2017년 물가상승률은 당해 2.2%, 2018년에는 2.4%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을 만큼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예상이 현실이 될 경우 미국은 2007∼2009년 불황과 경제 위기 이래로 처음으로 연간 물가상승률이 연달아 2%를 넘어서게 된다. 연방준비제도(Fed)가 현재 목표로 잡고 있는 물가상승률은 2%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 그러나 재정 지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수반되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예상과 달리 성장 없는 불황에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세금을 인하하고, 각종 인프라 건설 사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미국의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견인했다. 공약 실행에 따라 정부 지출이 늘고,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임금도 상승 압력을 받으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장에서 트럼프의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 기대가 커지자 FT는 이를 ‘트럼플레이션’(Trumpflation)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로는 이민 정책과 무역규제 정책이 가세하면서 물가는 높아지되 경기는 가라앉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이 중 최악의 시나리오는 트럼프의 무역 및 이민 제한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 Fed가 보다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는 경우다.

이수민ㆍ문재연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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