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가는 최순실 게이트] 120일 보장받는 특검, ‘방대한 의혹’에 시간과의 싸움

여야가 마침내 특별검사 도입에 합의하면서 한 달여간 진행된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오는 19일 최순실(60ㆍ구속) 씨를 기소하는 것을 기점으로 무게중심은 검찰에서 향후 출범할 특검으로 급격히 쏠릴 전망이다.

검찰은 일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도 15일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유영하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를 선임하고 검찰과 일정 조율에 나섰다.

검찰은 특검이 도입되면 그동안 확보한 수사 자료를 모두 특검팀에 건네야 한다. 대통령 조사로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역대 최대 인원을 투입하며 정치권의 특검 논의에 선제 대응했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국민의 강한 불신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사건을 특검에 넘겨주게 됐다. 우병우(49) 전 민정수석의 ‘황제 조사’ 논란도 검찰에는 악재가 됐다.

특검팀은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수사를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검찰 조사에서 빠졌던 우 전 수석과 최 씨의 딸 정유라(20) 씨가 특검팀의 우선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 전 수석은 최 씨의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과 함께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 씨의 비위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 의혹을 내사한 이석수(53) 전 특별감찰관의 사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다. 정유라 씨 역시 승마훈련 특혜 의혹부터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까지 광범위하다.

특검팀이 최 씨의 국정농단을 배후에서 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최 씨의 언니 최순득(64) 씨와 그의 딸 장시호(38) 씨 등 최 씨 일가의 의혹 전반을 살펴볼지도 관심이다. 장 씨에게는 이미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지만 검찰은 아직 그를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기존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고려해 모든 의혹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을 제기한다. 검찰이 넘긴 수사자료만으로는 부족하거나 미진했던 부분이 그 대상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조사를 받은 대기업 총수나 박 대통령을 특검팀이 다시 불러 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역대 특검 결과 기대에 비해 성과가 미미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특검 무용론’도 나온다. 특히나 이번 경우처럼 청와대를 상대해야 하는 ‘정치적인 사건’의 경우 의미있는 결과를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상존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무조건 특검으로 간다고 해서 더 나은 수사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수사능력이나 인력 면에서 검찰이 더 나은 것이 사실”이라며 특검 도입에 아쉬움을 표했다.

게다가 수사기간과 투입인력에 제한이 없는 검찰과 달리 특검은 법으로 그 한계가 명확히 하고 있다. 이번에 여야가 합의한 특검법은 수사기간 최장 120일(준비기간 포함), 수사관은 40명까지 파견받기로 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의혹이 방대하고 사건 성격도 국정농단과 기밀유출, 정격유착 등 중대하다는 점에서 ‘시간과의 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넉달 여가 지난 뒤에서야 수사에 나선다는 점에서 특검팀이 증거인멸 등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과제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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