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스탈린식 숙청…‘트럼프號’벌써부터 권력투쟁

인선위원장-트럼프 맏사위 악연발단

워싱턴정가 주류파-비선실세파

정권인수 앞두고 핵심요직 인선 충돌

내부분열로 돌연 하차·사퇴 잇따라

“가까이 하지마라. 이들은 화가 나 있고, 오만하며…앞으로 지저분해질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 공화당 인사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적극 도와달라고 촉구했던 엘리엇 코언이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의 말마따나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가 지저분해지고 있다. 심지어 ‘칼싸움’ ‘스탈린식 숙청’ 등 험한 관전평도 쏟아진다. 특히 내각 핵심 인선을 놓고 공화당 및 워싱턴정가 주류의 인사이더와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 아웃사이더,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의 비선실세까지 얽혀들어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정권을 접수도 전에 벌써부터 트럼프 정부가 내홍에 휘말렸다는 뜻이다.

▶칼부림ㆍ스탈린식 숙청…벌써부터 내부 권력투쟁?=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정권 인수위원장이 돌연 교체되면서 트럼프 인수위와 버락 오바마 백악관 간의 인수인계가 전면 중단됐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으로 바뀌었지만 정작 인수인계 양해각서에 아직까지 서명을 못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인수위의 내부 갈등은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트럼프 당선인의 맏사위이자 ‘비선실세’인 재러드 쿠슈너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벤 브로디 블룸버그 정치부 기자는 “크리스티 주지사가 연방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쿠슈너의 아버지를 수감시킨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쿠슈너가 내부권력을 강화하고 있고, 크리스티가 여기에 밀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크리스티 주지사의 사람으로 불리는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이 이날 인수위에서 돌연하차한 것도 내부투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NBC방송과 의회전문지 더 힐은 로저스 전 의원의 낙마가 사실상 ‘크리스티 파’ 제거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로저스 전 의원의 측근 2명은 NBC방송에 트럼프 당선인과 트럼프 인수위가 ‘스탈린식 숙청’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권 인수위에서 정치경력이 풍부한 ‘인사이더’와 정치경력이 부족하지만 유권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아웃사이더’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고 전했으며, CNN은 인수위 소식통을 인용해 인수위 내부갈등이 “칼싸움”과 같다고 표현했다.

인수위 내부갈등이 증폭된 것은 백악관 비서실장에 라이스 프리버스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이, 수석전략가에 극우주의자 스티브 배넌이 임명된 것과 관련이 깊다.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간 경쟁 체제가 내부 갈등에 불을 지폈다는 뜻이다. 여기에 비선실제 쿠슈너까지 끼어 들어가면서 3자간의 권한 분담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벌써부터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지나= 일단 트럼프 인수위의 내홍은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과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내각 인선을 확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제이슨 밀러 인수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트럼프와 펜스 당선인이 내각 후보 몇 명을 검토할 것이라며 “전통적이지 않은 사람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와 관련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만나 인선 결정을 촉구하면서 내부 권력관계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내부권력 다툼으로 트럼프 인수위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더 데일리비스트는 앞서 인수위가 적절한 국가안보 자문 및 인사를 기용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워싱텅포스트(WP)도 트럼프 당선인의 변덕스러운 행보와 인수위 내부에서 경력이 풍부한 ‘인사이더’, 트럼프 비선실세 혹은 정치경력이 부족한 ‘아웃사이더’ 간의 알력다툼이 거세지면서 기존 후보명단에 있던 전문가들마저도 인수위를 기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의 고문을 지낸 코언은 이날 트위터에 “트럼프 인수위팀과 얘기해본 결과 내 권고 내용을 바꾸기로 했다”라며 “가까이 하지마라. 이들은 화가 나 있고, 오만하며, (나에게) ‘당신이 졌어!’라고 소리쳤다. 앞으로 지저분해질 것”이라고 비평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내각 인선과 관련, 정치경력 보다는 충성도를 높게 평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대선전에서 약 100여 명의 공화당 인사들이 트럼프 반대 성명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선 공신 간의 자리다툼으로 트럼프 ‘개국공신’의 악명도 높아지고 있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국무장관에 존 볼턴 전 유엔대사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면서도 ‘더 나은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나일 것”이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블룸버그는 트럼프 ‘인사이더’ 인사들이 줄리아니의 부족한 경력을 문제삼으며 볼턴을 국무장관에 밀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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