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무역장벽] 트럼프 시대 국가별 득실 분석…아메리카 진출 기업 우려 속 유럽ㆍ아시아 지역은 기회 모색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도날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높아지는 전세계 무역장벽이 우리 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지역적으로 새로운 기회 요인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것이 전세계 무역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64개국 무역관장들이 제시한 ‘트럼프 당선에 따른 기회와 위기 요인’을 분석해보면, 북미와 중남미 국가 진출 기업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세하지만, 유럽,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대륙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게는 중립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국가별로 기회 요인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북미보다 중남미에 기회 많다=미국과 인접해 있는 북미와 중남미는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및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특히 멕시코는 관세부담이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혔으며, 환율 인상으로 인한 수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부분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이해됐다.

반면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등 중남미 무역관들은 미국의 강화된 이민 정책과 보호무역에 따른 경기 악화를 우려했으나, 미국-중미자유무역협정(CEFTA)이 변하지 않을 경우 대미 수출의 우회경로로 부상하면서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은 중국이나 멕시코 등에 대한 높은 관세가 상대적인 호재가 될 수 있으며,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도 긍정적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TTIP 좌초 속 한-EU FTA가 호재로 작용할 것=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이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과 함께 좌초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 우세했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경우 보호무역으로 인한 EU 지역내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것과 전반적인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 악화 등은 위기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TTIP 등이 좌초되면서 한-EU FTA에 따른 국내 제품의 경쟁력이 향상되는 것은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독일 무역관은 달러대비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상승을, 체코 등 동유럽 무역관은 대 러시아 제재 완화시 간접적이나마 교역 확대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을 예상했다. 프랑스는 미국 및 EU의 대 중국 ‘시장경제지위’ 부여로 인한 한국 제품의 경쟁력 상승을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무역관은 원유가격 하락으로 러시아 소비자의 구매력 약화를 우려했으며,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줄어들면서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TPP, RCEP 가입 국가는 온도차 뚜렷할 것=아시아 지역 무역관들은 보호무역 강화로 인한 우려가 많지만, 국가별로 일정한 온도차를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철폐를 내건 TPP 가입 국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반면, 중국을 중심으로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입 국가들은 반사이익을 엿봤다. 특히 베트남 등 TPP 가입국가 경쟁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반사적 통상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은 통상마찰 가능성이 우려 요인이지만, 중국이 주도하는 RCEP의 반사이익, 미국의 재정확대에 따른 수요 확대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TPP 좌초 우려가 많기는 하지만, 높아진 미국의 무역장벽이 국내 기업의 일본 수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지역에선 정치, 군사적인 기회를 기대하는 국가도 적지 않았다. 수도 바쿠에 트럼프 타워가 있는 아제르바이잔의 경우 트럼프와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일가의 친분으로 투자유치 등에서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터키 역시 미국과 함께 이슬람국가(ISIL) 격퇴가 진전되면서 시리아 재건사업이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즈베키스탄은 트럼프 당선인의 친러 정책으로 러시아뿐 아니라 CIS 국가 전반에 대한 경제 협력 기회가 확대되는 것을 기회요인으로 꼽았다.

▶저유가는 위기, 방산수출은 기회=중동 지역 무역관들은 유가 하락에 대한 우려 속에 역내 정세 불안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방산 수출에는 긍정적인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셀가스 오일 생산으로 저유가 현상이 고착화되는 것을 위기 요인으로 꼽았으며, 미국의 중동 무관심 정책으로 미국기업진출이 둔화되고 방산수출 기회가 늘어나는 것을 기회요인으로 제시됐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투자의 허브역할을 하는 UAE로서는 보호무역에 따른 경기 위축은 우려되는 분위기지만, 기존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의 경우 경쟁 축소라는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아프리카 지역 무역관들은 미국의 보호주의로 인해 원조사업 축소, 원유가격 하락 등은 위기 요인이지만, 모로코와 같이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의 무역장벽이 높아질 경우 아프리카에서 미국산 제품과 경쟁하는 품목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pdj24@heraldcorp.com

*설문 참여 무역관=가나(아크라), 과테말라, 그리스(아테네), 나이지리아(라고스), 남아공(요하네스버그), 네덜란드(암스테르담), 덴마크(코펜하겐), 도미니카공화국(산토도밍고), 독일(뮌헨,프랑크푸르트), 러시아(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루마니아(부쿠레슈티),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멕시코(멕시코시티), 모로코(카사블랑카), 모잠비크(마푸투), 몽골(울란바토르), 미국(뉴욕), 미얀마(양곤), 방글라데시(다카), 베네수엘라(카라카스), 벨기에(브뤼셀), 벨라루스(민스크), 불가리아(소피아), 브라질(상파울루),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수단(카르툼), 스웨덴(스톡홀름), 스페인(마드리드),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아제르바이잔(바쿠), 알제리(알제), 영국(런던), 오만(무스카트), 오스트리아(빈), 요드란(암만), 우즈베키스탄(타슈겐트), 이스라엘(텔아비브), 이탈리아(밀라노), 인도(뉴델리), 인도네시아(자카르타), 일본(도쿄), 중국(베이징), 체코(프라하), 칠레(산티아고), 카자흐스탄(알마티), 카타르(도하), 캄보디아(프놈펜), 케냐(나이로비), 콩고(킨샤샤), 쿠바(아바나), 쿠웨이트(쿠웨이트), 크로아티아(자그레브), 탄자니아(다레살람), 터키(이스탄불), 파나마, 파키스탄(카라치), 페루(리마), 폴란드(바르샤바), 프랑스(파리), 핀란드(헬싱키), 필리핀(마닐라), 호주(시드니), 홍콩, UAE(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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