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로고 노출조차 꺼려
문체부 1700억 예산 삭감 전망
셀벤처단지 존립자체 불투명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민간 창업 보육기관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불과 1~2개월 전만 해도 창업자-투자자 미팅, 투자설명회로 붐볐던 민간 창업지원 기관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주변에는 최근 들어 부쩍 썰렁해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가 주도로 스타트업을 지원ㆍ보육해 온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시선이 싸늘해지면서, 민간 보육기관에 대한 투자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관련기사 3면
지난 21일 찾은 몇몇 민간창업보육기관들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 창업지원기관인 디캠프는 국가 예산은 지원 받고 있지 않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논란이 되면서 스타트업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나영 디캠프 매니저는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데 있어 최근 민간 기관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워낙 창조경제센터가 많이 언급돼다 보니 후원사 로고가 들어가는 문제에도 주저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디캠프의 경우 성장사다리 펀드, 간접투자 등 정부와 무관한 민간자본의 투자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투자위축 분위기가 아직까지는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통 매월 1~1.5건 가량 투자지원이 이뤄지는데, 11월에는 벌써 3건으로 오히려 평균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화제가 된 민간 창업보육기관인 ‘마루180’ 에서도 혁신센터 관련 논란으로 불똥을 튈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희윤 마루180 매니저는 “국가 주도의 창업보육 기관들의 예산이 줄어든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벤처 및 벤처 육성업계 전반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을 직접 받는 보육기관의 경우 고심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도 예산이 1700억원 가량 삭감될 위기에 처하면서, 문체부의 지원을 받는 셀(cel) 벤처단지의 존립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셀 입주 기업들 사이에서는 ‘내년에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사무실을 알아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입주 기업들의 창업 자금을 지원받는 몇몇 기관들의 경우 예산은 물론 민간투자가 끊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그 동안 디캠프, 마루180, 팁스타운 등은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불리며 민간 중심의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주도해 왔다. 디캠프 경우 3000여개에 육박하는 스타트업 지원(9월 기준)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마루180은 지난 2년 간 33만명이 다녀갔고 입주 스타트업 86개사를 지원했다.
민간 창업보육기관 한 관계자는 “그나마 최근 1~2년 간 스타트업 성공 신화들이 나오면서, 과거에 비해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고 취업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며 “최근 의혹들로 창조경제와 스타트업이 동의어처럼 되면서 창업 생태계가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