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조광래] 도약은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달 11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30년까지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내심 부러웠던 것은 우주강국의 야심찬 화성탐사계획 뿐 아니라, 우주개발, 나아가 과학기술을 대하는 자세였다. 화성으로 가는 길은 “단지 스위치를 한번 켜고 끄는 것만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1962년 캐네디 대통령은 달탐사계획을 발표하며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우주개발 및 과학기술에 대해 어떠한 시각을 갖고 있는지는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도약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도약은 작은 걸음으로부터 시작되며 오랜 시간의 인내와 반복적인 시험이 필요하다. 우주로의 도약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나라가 우주선진국들보다 30~40년 늦은 시작에도 불구하고 이루어낸 성과가 적지 않은 점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위성기술은 빠르게 기술자립을 이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됐다. 그리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저궤도 광학관측 분야는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고 정지궤도위성에 대한 기술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1992년에 발사된 이래 개발된 13기의 인공위성은 소형 과학실험위성부터 중형급 저궤도 실용위성, 정지궤도위성 등 종류도 다양하다. 활용 목적 역시 과학기술연구용에서부터 통신, 지구관측, 원격탐사, 지도제작, 기상예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관측탑재체도 광학, 적외선, 레이더 등으로 영역이 확장됐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우주선진국의 대열에 들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의 도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위성의 성능과 국산화 비율만을 목표로 하는 외형적 결과의 추구만이 아니라 차분한 전략과 이해 속에 연구개발이 추진되어야 한다.

위성은 사용 목적에 따라 당초 개발 계획부터 설계가 달라진다. 실제로 활용하기 위한 실용위성과 기술 축적과 검증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기술위성은 개발 목적과 과정이 상이하다. 이를 테면 과학기술위성의 경우 반드시 고도의 최신 과학기술 시험이나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개발되지 않고 일종의 선행적 연구 행위의 일환으로도 개발되기도 한다. 최적화된 위성 개발 경로를 얻기 위한 탐색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에 대한 이해와 기다림이 다음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임무를 종료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위성3호도 독자 기술개발과 국산화를 위한 우주검증, 그리고 우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추진됐고 그 목적에 충실하게 설계되고 운용됐다.

위성은 기상, 통신, 항법, 재난재해감시 등 일상생활에서 전지구적인 문제해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원격 의료나 원격교육, 레이저 통신 등으로 더욱 확장될 것이다. 현재 50여 개국의 1,400여기 이상의 인공위성이 다양한 목적으로 운영 중이고, 2015년 세계 위성산업 규모는 약 2083억 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위성산업에는 당연히 다양한 수요가 존재한다.

유인화성탐사에 나서고 있는 우주선진국들의 도약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이 우리 또한 넘어지고 일어나면서 계단을 오르듯 한 발 한 발 나아가면 우주강국으로의 길이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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