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된 면세점 ③] 방정식 된 ‘딜레마’…신규면세점 해도 수익은 없다?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확산되면서 다음달로 예정된 서울 신규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연기ㆍ무산설이 고개를 들며 입찰에 참여한 대기업들이 혼란에 빠졌다. 게다가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업계의 영업환경 악화 우려에 참여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업체수는 지난해 7월과 11월에 시장에 진입한 신규 면세점(신라아이파크ㆍ갤러리아63ㆍ신세계ㆍ두타ㆍSM면세점)을 포함해 총 9개. 이중 새로 입성한 신규 면세점들의 올 3분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3분기는 신세계와 두산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시기여서 면세점 급증에 따른 출혈경쟁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공항에 몰려든 중국 관광객들. [사진=헤럴드경제DB]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적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신세계디에프로 1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이 993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률은 -20%로, 신규 면세점 중 최저 수준이다.

HDC신라면세점은 매출 1056억원으로 신규점 중에서는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손실은 51억원으로 전분기 26억원보다 적자규모가 늘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3분기 매출 780억원 영업손실 131억원의 실적에 그쳤다. 3분기까지 누계로는 매출 1934억원, 영업손실 30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6%다.

SM면세점은 3분기 매출 265억원, 영업손실 66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처럼 신규면세점들의 사정이 이러한 가운데 4개의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온다면 그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이 늘수록 마케팅에 비용을 더 쏟아부어야하기 때문에 ‘면세점=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공식은 쓰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와함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에 이어 중국 정부의 요우커 감축 정책까지 나오면서 국내 관광산업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관광 산업에서 요우커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깊다. 특히 요우커는 면세점 매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1위 면세점인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 실적 4조3000억원, 올해 상반기 약 2조7000억원 중에서 요우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여행사를 거쳐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들이다. 전체 요우커의 수가 20% 감소한다면 면세점업계는 그런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다.

한국면세점협회가 발표한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총 9억4357만달러(1조667억원)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지난 8월 9억6793만달러(1조942억원)에서 2.6% 감소했다. 외국인 매출이 6억6647만달러(7534억원)로 전달보다 2.4%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같은기간 면세점 방문객수는 445만8600명에서 415만9900명으로 감소했고 특히 외국인 방문객수는 190만400명에서 171만600명으로 9.9% 급감했다. 이는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여름휴가 성수기인 지난 8월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수는 지난 7월 191만7200명에서 1만6800명이 감소하며 사드 악재의 전조를 보였다.

한 신규면세점 관계자는 “요우커 수가 줄어든다면 이제 시작하는 면세점 사업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면세점이 더 늘어난다면 경쟁력 없는 면세점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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