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여야대표 ‘입’

추미애 “부역자 표 구걸 않겠다”

이정현 “변절자 되라는 것이냐”

이 와중에 ‘막말 정치’다. 그것도 제1야당과 집권여당 대표가 맨앞에 섰다. 야3당과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 특검 등 정국수습에 협조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거친 입’이 찬물을 끼얹을까 당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불안해하는 추미애=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23일 대선 불출마와 함께 탄핵 적극 동참, 개헌 추진 등을 선언했다. 탄핵에 나선 야권으로선 우군을 얻은 셈이다. 그런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달랐다.

추 대표는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탄핵 표를 구걸하지 않겠다”며 김 전 대표를 가리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이기도 한, 부역자 집단의 당 대표를 지낸 분이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한 표가 중요한데, 자꾸 ‘부역자’ 운운해서 자극하고 적으로 만드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멈추지 않았다. 24일 행사에서도 “벌써 자신들 세력에 유리한 개헌 논의를 하겠다고 꿈꾸며 마음이 콩밭에 간 정치세력이 있다”며 개헌론자인 김 전 대표를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추미애가 당 대표가 됐을 때 ‘실수할 거다, 똥볼 많이 찰 거다’고 했는데 제가 점쟁이가 됐다”고 비꼬았다.

장관을 지낸 한 전직 관료는 “말이 거친 추 대표에게 입조심을 당부한 바 있다. 자리가 올라갈수록 더 그래야 한다고 조언했는데, 쉽게 고치지 못하는 모양”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당내 비판에도 독설로 맞서는 이정현=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거친 말로 추 대표를 맞받았다. 추 대표의 “탄핵 표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 이 대표는 “배신자가 돼 달라, 변절자가 돼 달라, 예수 팔아먹는 유다가 돼 달라, 예수 부인하는 베드로가 돼 달라는 거 아니냐”고 흥분해서 맞섰다.

박근혜 대통령을 예수에, 탄핵에 찬성하는 당내 의원들을 예수를 팔았거나 부인한 제자 유다와 베드로에 빗댄 셈이다. 당 내부에서조차 “이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를 향해서도 “이정현 사퇴만 주장하다 당을 혼란과 공백에 몰리게 한다. 콩나물값 깎다 애 잃어버리는 격”이라고 깎아내렸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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