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보행실태②]빛바랜 ‘스몸비’ 보도부착물 떼는 서울시…재질 바꿔 다시 단다

-횡단보도 앞 스마트폰 사용 경고 부착물…교체 검토
-1375만원 들였지만…훼손ㆍ공사 문제로 37.6%제거
-서울시 “유지ㆍ관리 어렵다…재질 교체 등 검토 중”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일대, ‘걸을때는 안전하게’ 문구와 함께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을 알리는 그림이 있는 보도 부착물에 눈길을 주는 보행자는 아무도 없었다. 스티커의 색이 바래고 글자가 지워져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보행자들은 스마트폰을 만지며 횡단보도 앞을 서성였고, 일부는 길을 건널 때도 푹 숙인채 시선은 스마트폰 화면에 고정됐다. 이어폰을 끼고 동영상에 눈을 떼지 못하는 보행자도 많았다. 느린 걸음으로 스마트폰만 쳐다보던 한 직장인은 경적소리가 수차례 울린 후에야 깜짝 놀라 뛰었다. 직장인 진모(31) 씨는 색이 거의 다 빠진 보도 부착물을 보며 “유심히 보지 않으면 흡연금지 표지판처럼 보인다”며 “처음에는 거창하게 시행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서울시부터 손 놓고 있는 느낌이라 더욱 지킬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

서울시가 눈과 귀를 막고 스마트폰만 보며 걷는 ‘스몸비(smombie)’족을 차단하기 위해 야심차게 도입한 스마트폰 경고표시 보도 부착물이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시범 사업으로 실시한지 5개월이 지났지만 효과는 크지 않고 자전거ㆍ오토바이로 인한 훼손ㆍ색바램 등 유지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시청 주변 등 5개 지역 횡단보도 근처에 모두 3498만원 예산을 들여 250개 스마트폰 경고표시 보도 부착물과 50개 표지 안내판을 시범 설치했다. 그중 보도 부착물은 스마트폰 사용자들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점을 감안한 새로운 시도로, 여기에만 1375만원 예산을 투입했다. 당시 6개월간 사업을 시행, 효과가 있다고 판단될 시 정식 교통안전시설물로 지정해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시청 인근 횡단보도에 붙어있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위험을 알리는 보도부착물은 색이 바래는 등 훼손된 상태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시범 기간이 무색할 만큼 보행자들에게 안내 부착물은 여전히 ‘찬밥 신세’였다. 25일 오후 서울광장과 마포구 홍익대 일대를 둘러보니 4~5명 중 1명꼴로 여전히 스마트폰 사용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몰려있는 보행자들의 발 밑에 깔려있는 안내 부착물이 민망해보일 정도였다.

일부 부착물은 가까이 다가가도 문구를 읽을 수 없는 정도로 훼손되어 있었다. 대학생 신성아(24ㆍ여) 씨는 “보행로에 스마트폰 사용 경고 부착물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에서 저런 게 잘 보이겠냐”고 의문을 표했다.

이에 서울시는 안내 부착물이 눈에 잘 띄고 쉽게 훼손이 되지 않도록 다른 재질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 훼손이 심한 보도 부착물 등 이미 94개는 제거했다”며 “표지 안내판은 경찰청과 협의하며 정식 시설물 지정을 요청할 예정이지만 현재 보도 부착물은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훼손ㆍ색바램 등이 덜한 다른 재질로 교체하는 등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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