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류 금지령’이후 우리가 추구해야할 대책과 방향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중국이 사실상 한국 문화 콘텐츠의 방영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 미디어를 총괄하는 정부기관인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공식 문서로 하달하지는 않았지만, 중국내에서 한국 콘텐츠의 배제는 이미 시작됐다.

한류금지령이 중국의 공식입장이 아니어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지만 한류의 활용성을 근본적으로 재고찰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혐한류와 중국의 한한령은 한국 대중문화의 우수성을 반영하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 문화의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비공식적인 한한령을 시행하는 것도 그런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겁’을 주고 ‘간’을 보는 성격이 포함돼 있다는 게 콘텐츠업계 사람들의 얘기다.

따라서 우리도 한류에 국가를 희석 내지 탈색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류(韓流, 코리아 웨이브)에도 한국, K팝에도 한국, K웹툰, K뷰티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코리아를 내세우는데, 이게 상대국에서는 국가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콘텐츠를 브랜드화하면서도 국적은 빼자는 주장이다. SM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송 라이팅 캠프나 SM의 해당가수에 가장 잘 맞는 곡을 뽑아내기 위한 팀인 A & R팀(Artist & Repertoire)의 프로듀싱 전략은 국적이 별로 중요하지 않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주류 시장에 진입한 텔레노벨라(중남미 드라마)나 자메이카를 중심으로 한 음악인 레게처럼 국가명이 아닌 장르별 서브브랜드를 만들어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대 유승호 영상문화학과 교수도 “문화와 산업을 만들어낸는 데에는 실리콘밸리형과 발리우드형이 있는데,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면서 “실리콘밸리형은 세계 각지의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모여라고 하지만 지역은 그 곳에만 한정된다. 국가가 아닌 인력 중심이다. 그렇게 해서 콘텐츠(제품)도 글로벌하게 만들고 파이낸싱도 글로벌하게 한다. 반면 발리우드는 국적성이 강조된 콘텐츠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류의 경제적 효과라며 수치와 지표를 제시하는게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시절에 “영화 ‘쥬라기공원’이 거둔 수익이 현대자동차 150만대 판매액과 맞먹는다”는 말이 나온 이후 한류의 가치를 계량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는 작성자에 따라 액수는 천차만별로 나타나며, 추상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한류의 경제적 가치를 내세우기보다는 스토리텔링 공모전 같은 기초 체력을 키워주는 일에 몰두하는 게 낫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한류의 경제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 자체가 정부 주도의 한류를 연상하게 한다.

차은택 등 몇몇 인사의 문화정책농단으로 파행의 길을 걷게된 융복합한류도 한류의 복합성이나 콘텐츠 성격, 인문학적 측면에 대한 고려는 별로 없이 상업적, 산업적인 측면만으로 밀어붙여 문제가 노출됐다. 이 문제부터 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럴 때일수록 중국의 한한령 정책에 바로 대응하기 보다는 우리의 논리를 가지고 가야 한다. 국적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과 감성으로 접근하는 트랜스내셔널(초국적주의)로 크리에이티브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내수만으로 힘든 한류 시장은 국적을 희석 시키고 글로벌한 제작과 글로벌 파이낸싱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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