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한숨 ③] 최순실 게이트때문?…연말특수 실종된 동네상권 ‘썰렁’

-김영란법 사회 이슈도 한 요인

-“송년회 계획 중” 반 겨우 넘어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연말 특수’를 모두 삼켜버릴 정도로 최순실 정국은 강했다. 유통ㆍ외식업계는 연말이면 한창 바빠야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반응이 시큰둥하다.

주말 한 대학가 주변의 술집 모습. 이 술집은 주말이면 많은 손님으로 가득찼지만, 최근에는 인적이 뜸하다.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특히 송년회 준비로 한창 바빠야 할 외식업계는 이번 연말 추위가 더욱 매섭다. “올해는 작년 매출의 절반도 안된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원인으로는 전국을 집어삼킨 최순실 게이트가 꼽힌다. 또 지난 9월2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김영란법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개 주말 저녁에 사람들이 송년회를 많이 잡는데, 다들 주말이면 거리로 나가다보니 이런 모습은 조금 시들하다. 주말이면 집근처에서 소비를 하던 시민들도 주말이면 광화문에 나가니 낮시간 매출도 뚝뚝 떨어진다.

한 구직자 전문 사이트가 20세 이상 성인남녀 3004명을 대상으로 ’올해 송년회 계획‘을 조사한 결과, “송년회를 계획중”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53.6%에 지나지 않았다. 작년도 59.8%보다는 6.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아직 송년회 계획을 잡지 못했다(미정)’는 응답자는 25.6% 였다. 또 ‘송년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도 20.8%로 5명 중 1명에 달했다.

송년회 금액도 현저히 줄었다. 송년회 예상비용은 전체 응답자 평균 16만5000원으로, ▷ 20대가 평균 15만원 ▷ 30대는 평균 17만4000원 ▷ 40대는 평균 18만7000원 ▷ 50대는 17만1000원 수준이었다. 전체 연령대별로 평균이 20만원을 넘지 않았다.

송년모임을 갖는 시간대(복수응답)는 ‘주말 저녁’이 응답률 72.5%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평일 저녁(57.4%)’ ‘주말점심(10.3%)’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송년회 횟수가 줄어들자 외식업계는 적잖히 긴장하는 모습이다. 종로와 광화문 등 서울 한복판에 있는 식당들은 조금 사정이 낫지만, 다른 오피스지역ㆍ동네상권의 시름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서울 신설동의 한 전문학교와 교육기업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윤모(54)씨는 “연말인데 분위기가 전혀 나질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본래 이맘때면 송년회 자리를 묻는 전화가 하루에도 10통 이상씩 왔지만 올해는 하루 1~2전화도 드물다. 주말이면 학생들이 윤씨의 가게를 많이 찾았지만, 최순실 정국 때문인지 요새는 그들의 발길도 뜸하다. 윤씨는 “손님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아예없다”며 “식당아주머니 월급 드리기도 빠듯하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대학가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28)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 씨는 “주말이면 젊은 사람들이 와서 맥주를 두어잔씩 팔아주고, 그런 게 매출의 대부분이었는데 요새는 학생 손님이 통 줄었다”며 “다음주면 시험기간인데, 매출이 더 떨어질 것 같아 갑갑하다”고 언급했다.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명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 ’ㅂ식당‘은 지난 두 달간 1억여원의 적자를 봤다. 기존에 본 적자를 연말이면 어느정도 만회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요새 통 손님이 없어 걱정이다. 사장은 “다들 어디를 갔는지 통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며 “12월 예약도 아직 40%밖에 차지 않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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