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한인 의류업계 보너스 규모는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이전만 해도 연말 한인타운 유흥가를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뤘다.

대부분의 식당, 구이전문점, 술집들에서 긴 대기 행렬이 있었고 회식을 비롯한 각종 모임 역시 많았다.

소비가 집중되는 연말 시즌이라는 특성도 있었지만 한인타운 소매 경기 활성화에 의류업계의 보너스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한인타운 소매 업주들이 이런점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지만 이후 해 마다 보너스 지급액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자연히 소매 업체들의 매출도 빠지면서 “자바시장이 어려워지니 한인타운도 힘들어진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됐다.

실제 10년전 한인 의류업체에서 직원 한명당 줬던 보너스액은 일반적으로 1달치 월급, 많은 주는 업체는 2달치로 서슴없이 주곤 했다.

매출도 좋았고 특히 현금이 많아 돌던 때라 업주 입장에서 어차피 세금 보고도 못할 돈 직원들에게 후하게 인심이라도 쓰겠다는 마음이 컸다.

10년전 한인 의류업체는 1000여개로 추산된다. 고용 직원수는 1만 5000명 수준.1달치 급여를 계산하면 물류나 세일즈 초급 업무 담당자는 2000~2500달러 정도였다.

1년 가량 경력이 쌓이면 3000~4000달러로 훌쩍 뛰게 된다.디자인과 패턴 등 개발직 근무자의 급여 수준은 더 높다.2500달러 안팎에서 시작한 월급은 2년 가량 경력이 더해지면 4000달러 이상으로 뛰게 된다.업계의 특성상 이 급여는 그로스 인컴이 아닌 실제 직원이 받는 금액 기준이다.5년 이상 경력이 있는 개발직은 7000달러에서 많게는 1만 달러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10년이 지난 올해 역시 급여 수준은 조금 올랐을 뿐 이다.

결국 1만5000명에 달하는 한인들이 연말 보너스로 1인당 평균 4000달러 가량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만 놓고 봐도 6000만 달러에 달하는 거금이다.

당시 2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너스로 지급한 업체도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10년전 의류업계 보너스 경제 규모는 엄청난 수준으로 올라간다.

각 회사마다 송년회도 거창하게 열던 때라 당시만해도 2000~3000달러 하던 대형TV를 비롯해 고가의 제품들이 회사의 한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에 경품으로 등장하곤 했다.

자연히 한인타운내 식당, 술집, 여행사, 선물용품점 등은 연말 반짝 특수를 누릴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10년 가량이 지난 현재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10년 사이 두배 가량 업체수가 급증했다가 다시 줄고 있지만 여전히 고용인구는 1만5000명에서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너스에 따른 경제적 여파도 여전히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보너스 봉투는 얇아졌다.

1달(4주)에서 1주일로 반에 반토막이 나다 보니 1인당 평균 1000달러 정도의 보너스를 손에 쥘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경제 규모 역시 6000만 달러 이상에서 1500만 달러에서 많이 잡으면 2000만 달러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금과 2주간의 유급휴가라는 알토란 같은 연말 보너스와 함께 디자이너 등 일부 직종의 능력 있는 직원들에게 디자인 영감(?)을 받아 오라는 명목으로 추가로 제공했던 1주일에서 10일간의 유럽 여행도 최근 몇년사이 업계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대신 연말을 이용해 휴가를 즐기던 업주들이 직접 해외를 찾아 발품을 팔며 새로운 제품 디자인 개발을 위한 영감(?)도 얻어 오고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동남아 주요 국가를 방문하는 경우가 최근 부쩍 늘고 있는 것 역시 LA다운타운 한인 의류업계의 모습이다.
이경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