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K-팝 사전’ 펴낸 재미동포 1.5세 강우성 씨

K팝 사전
강우성

‘멘붕’, ‘아재’, ‘애교살’, ‘발연기’, ‘본방사수’….

K-팝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TV 예능에 등장하는 속어 또는 신조어들이다. 젊은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이 단어들을 외국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전 세계 K-팝 팬들은 알고 싶어하는 욕망이 크지만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포기하고 그냥 따라 부르기에 급급하다.

미국 콜로리다주 덴버에 사는 재미동포 1.5세 강우성(34) 씨가 K-팝에 푹 빠진 팬들을 위해 자주 사용하는 단어 500개를 선정해 영어로 자세하게 설명한 ‘더 케이 팝 딕셔너리’(THE K POP DICTIONARY)를 최근 미국에서 출간했다.

비즈니스차 방한한 강 씨는 3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의 대형 K-팝 관련 사이트에서 번역 봉사활동을 하던 중 K-팝, 한국 드라마, 영화, TV 예능 등을 즐기는 외국 팬들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하지만 일상적인 한국어 교재(교과서·사전 등)를 통해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단어와 표현들, 즉 ‘헐’, ‘얼짱’, ‘엄친아’ 등이 많아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사전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번역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은 문의를 받았던 단어, 최근 한국에서 많이 쓰여 조만간 외국 팬들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는 단어 500개를 엄선했다”며 “언어는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리라 생각된다. 앞으로도 트렌드를 반영한 개정판, 나아가 속편까지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남미 지역의 K-팝 팬들을 위해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의 번역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며, 한국에 있는 외국계 회사나 관광업체 등 외국인들이 많은 단체에서도 관심을 보여 한국 배포도 추진하고 있다.

강 씨는 영어의 속어을 정리해 놓은 ‘어번 딕셔너리’(Urban Dictionary)에서 영감을 받아 K-팝 사전을 만들었다.

“중학교 3학년 때인 1997년 덴버를 처음 갔을 때 한창 언어를 습득하던 중, 친구나 주변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영어를 접했고, 그때 ‘어번 딕셔너리’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더 케이 팝 딕셔너리’는 외국인들이 궁금해하는 한국어 속어, 한국인들도 잘 모르는 표현, 단순한 의미의 설명에 그치지 않고 영어에 해당하는 표현, 어원과 문화적 배경 등을 담아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가령, ‘아저씨’를 설명할 때는 한글과 함께 괄호 안에 영어로 ‘ajussi’라고 표기한 뒤 “기혼 혹은 중년 남성을 지칭하는 사전적 의미도 있지만 ‘세련되지 못한, 유행에 뒤처진 남성’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라는 영어 설명을 달았다.또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의 하나인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기초한 발음표기로 한국어 연습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각 단어의 사용 예시를 담은 ‘K-팝 대화’도 부록으로 수록했다.

이 사전은 현재 온라인 서점 ‘아마존’과 ‘반스앤드노블’을 통해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잉글랜드·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프랑스·독일·스페인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아마존 킨들 스토어’, ‘애플 iBook 스토어’ 등 e-북을 통해서도 구매가 가능하며, 조만간 세계 최대 유통사인 ‘인그램스파크’에서도 세계 각국 서점으로 유통할 계획이다.

강 씨는 “지난 13일 출간된 이후 아마존(미국)의 ‘속어 & 사투리 레퍼런스 북’ 부문에서 ‘화제의 신작’으로 선정됐고, 전체 19위, 음악 부문 66위에 올랐다”며 “독자들의 평가도 대부분 별(★) 5개를 매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직 절대다수의 외국인들은 아시아를 떠올리면 일본과 중국, 닌자, 게이샤와 소림사, 자금성 등을 떠올린다”며 “K-팝으로 대변하는 한류가 세계인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려면 더 근원적인 한국 문화의 콘텐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덴버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 소비자 심리학 석사과정을 밟은 그는 뉴욕한인회 청년위원장과 홍보부회장,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사이버 자문위원을 지냈다. 현재 블로그 ‘국가 브랜드 연구소’(KoreaBrandImage.com) 운영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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