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120%↑ 배추 82%↑…신선식품 폭등

11월 소비자물가 1.3%↑ 연중최고
경기침체속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생산과 투자ㆍ고용 등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1990년대말의 환란 수준으로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가 들먹이면서 서민들의 경제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개월 연속 1.3%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수준을 유지했고, 김장용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과 수산물 등 신선식품 물가는 무려 15.0%나 폭등하며 3개월째 두자릿수를 지속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 효과가 연말 이후부터는 급격히 감퇴해 내년초에는 소비자물가가 2%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부진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1% 하락했지만, 전년동월대비로는 1.3%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다가 9월에 1.2%로 급등한데 이어 10월과 11월 두달 연속 연중 최고수준인 1.3%를 지속했다. 특히 장바구니물가를 좌우하는 신선식품 물가가 급등하며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지난달 신선식품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5.0% 올랐다. 신선식품 지수는 올 8월 2.8%에서 9월에 20.5%로 폭등한 데 이어 10월 15.4%, 11월 15.0%로 3개월째 두자릿수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 품목의 가격을 보면 무가 1년 전보다 120.7% 폭등해 작년의 2배를 넘었고, 배추(82.1%), 토마토(71.1%), 풋고추(62.4%), 파(41.6%), 양파(27.0%) 등 김장용 채소와 양념류가 큰폭 올랐다. 돼지고기(7.9%)와 국산 쇠고기(7.0%)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와 함께 서민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물가가 1.8% 오르며 전체 물가를 1.0%포인트 끌어올렸다. 전세(3.3%), 하수도료(10.9%), 외식 소주(11.4%), 공동주택 관리비(3.6%), 학원비(고등학생 3.0%) 등의 서비스 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다.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물가가 오르면 서민들의 경제고통이 심화하는 것은 물론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 소비 위축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2년 동안 저유가와 총수요 감소로 저물가가 지속돼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이젠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경제가 한번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악순환으로 불황이 더욱 심화돼 사전에 차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정부의 물가 관리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식성을 신속하게 해소하고, 무너진 경제컨트롤 타워를 복원하는 것이 서민들의 경제고통을 줄여줄 가장 시급한 현안인 셈이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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